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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늙어?', 진시황도 정복 못한 '老化'… 치료 가능한 시대 오고 있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11.26일 10:05
진시황도 정복 못한 '老化'… 치료 가능한 시대 오고 있다

노화를 보는 시선 1.

"생체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번식 위한 정자·난자 생산에 집중

다른 체세포들 약해지는 게 노화"

노화를 보는 시선 2.

"염색체 보호하는 '텔로미어'세포 복제 때마다 닳고 짧아져

세포들이 힘 잃어가는 게 노화"

"노화 치료하겠다"는 사람들



'메트포르민' 치료 받는 당뇨 환자, 다른 약 쓰는 환자보다 오래 생존

노화 치료용 주목… FDA 임상 허가

짧아진 '텔로미어' 늘린다면… 노화시계 거꾸로 돌릴 수 있다

"인간 수명 한계는 115세"

小食하면 노화 늦출 수 있어

"오메가3 지방산 수치 높으면 텔로미어 덜 닳는다" 보고도

올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인의 올해 기대수명은 82.2세이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80년 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왕조의 왕 27명의 평균수명은 47세 정도였다. 열일곱에 세상을 뜬 단종(端宗)을 제외해도 48세에 불과하다. 이제는 누구나 조선 땅에서 좋다는 것만 먹고 개인 주치의까지 수십명씩 뒀던 절대 권력자들보다 두 배 가까이 오래 살게 됐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장사는 없다. 시간을 멈추거나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노화(老化)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풀어내지 못한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이다.


게티이미지 이매진스·양인성 기자

永生은 왜 허락되지 않는가

노화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그 끝에 죽음이라는 숙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태반·백옥·신데렐라 주사나 줄기세포 시술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젊어질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노화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정신 전체에 아주 천천히 찾아오기 시작한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생식 능력의 상실이다. 남성의 성기능이 약해지고, 여성은 폐경(閉經)이 시작된다. 겉모습도 달라진다. 깊은 주름이 생기고 머리는 희끗희끗하게 변한다. 귀나 코가 커지고, 눈썹이 길게 자라기도 한다. 체지방과 근육이 사라지면서 체중이 줄어들고 머리카락도 가늘어진다. 노안이 오고 이가 빠지며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기억력과 판단력도 흐려진다. 인종(人種)이나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겪게 되는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화는 자연의 섭리(攝理)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노화의 원리를 밝히기 위해 힘써왔다.

노화를 막으려면 우선 그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점점 노화가 늦춰지고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된 것은 진화론의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진화는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와 개체가 자연적으로 선택받고 나머지는 퇴화돼 버려지는 과정이다. 상식적으로 노화가 지연돼 장수할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동물은 평균수명이 짧을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 초파리 실험에서 장수하는 초파리는 수명이 짧은 초파리보다 더 적은 수의 후손을 남기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커크우드는 "동물은 자기 자신을 온전하기 유지하기 위해서 쓰는 자원과 후손을 남기는 번식에 쓰는 자원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일회용 체세포설'로 노화를 설명했다. 쓸 수 있는 한정된 생체 자원 중에서 번식이냐 자신의 생존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식을 위한 정자와 난자를 만들고 보호하는 데 에너지가 쏠리면 피부·뼈·근육 등의 '체세포'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 세포에 손상이 축적되면서 조직이 병들고 이것이 쌓이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염색체를 찍은 전자현미경 사진. 끝부분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부분이 ‘노화시계’로 불리는 텔로미어이다. / 스탠퍼드대

노화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학설은 1980년대 초중반에 나왔다. 엘리자베스 블랙번 UC샌프란시스코 교수는 1982~1984년 염색체의 끝 부분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telomere)'가 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람의 세포는 평생 분열을 거듭하면서 유전자를 복제해 염색체를 분열된 세포에 물려준다. 블랙번은 이 염색체가 어떻게 수많은 세포 분열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안정성을 유지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염색체는 복제 과정에서 실 가닥처럼 해체되지만, 텔로미어에 의해 보호되면서 염색체의 실이 서로 엉키거나 들러붙지 않고 정확한 복제가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복제가 될 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지고, 텔로미어가 닳아버린 염색체는 안정성이 파괴돼 제대로 복제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세포가 힘을 잃어가는 것이 바로 노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후 생물학계와 의학계에서는 텔로미어를 '분자시계' '노화시계'라고 부른다.

일부 암세포가 늙거나 죽지 않는 이유도 텔로미어 연구에서 밝혀졌다. 서울대 이준호 교수는 암세포 중에 짧아진 텔로미어를 다시 늘려주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암세포의 노화시계를 되돌려 영생의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암세포의 유전자를 공격하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블랙번은 텔로미어 연구에 대한 공로로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거꾸로 돌려본 메르켈 獨총리의 시간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습을 현재(62세·왼쪽 끝 사진)부터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했다. 노화는 권력이나 재력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현상이다. / 게티이미지 이매진스

텔로미어는 겉보기 나이와도 관련이 있다. 흔히 또래보다 늙어 보이는 경우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텔로미어 자체가 짧은 경우가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팀은 이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또래보다 3~4세 정도 늙어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텔로미어가 짧아진 정도를 혈액 검사로 알아내 각종 질병 발생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은 노화의 결과이지만 다양한 질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더 짧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병·당뇨·알츠하이머·암 등이 텔로미어 측정으로 예측이 가능한 질병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아낼 수 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노화의 진행을 늦추려는 연구는 화학·생물·의학·영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소식(小食)하면 노화가 늦어지고,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지는 화학적 노폐물인 ‘활성 산소’는 노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메가3 지방산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텔로미어 단축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화를 막아준다며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항산화제나 항산화 식품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동물 실험 결과는 항산화제가 ‘만들어진 신화(神話)’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예쁜꼬마선충이나 생쥐 실험에서 과학자들이 자연적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효소의 활동을 중단시켜도 수명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물론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조차 항산화제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다만 미국심장협회·미국당뇨병협회 등은 비타민 결핍 진단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항산화 보조제를 섭취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노화는 섭리인가 질병인가

노화를 늦춰준다는 약이나 화장품은 부지기수지만, 노화 치료제는 없다. 노화는 당연한 현상일 뿐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 연구팀은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노화 치료에 사용하겠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메트포르민을 이용한 노화 겨냥(TAME: 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이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다. 책임자인 닐 바질리아 교수는 “메트포르민이 노화를 지연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다른 당뇨병 치료제 투여 환자들보다 오래 산다. 당뇨병 악화 때문에 아니라 메트포르민에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바질리아 교수의 주장이다. 메트포르민은 혈액 중에서 당분의 양을 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약이다. 식품에서 흡수되는 당의 양을 감소시키고 여분의 당은 간에 저장하도록 한다. 이런 현상들이 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면 노화는 치료하거나 막을 수 있는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다면 메트포르민은 최초의 ‘노화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도대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 수명이 계속 늘어날까. 아쉽게도 현재 과학자들이 내놓는 답은 115세이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잰 비그 박사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전 세계 40여개 국의 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인간 수명은 115세가 한계이며, 이미 20년 전 수명 연장은 정점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명에 한계가 없다면 노년층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평균 수명도 계속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 사람들의 최대 수명은 1990년대 중반 114.9세에서 상승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122세를 살거나 115세보다 더 많이 산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모든 인류가 꾸는 ‘생명연장의 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노화 방지의 돌파구를 찾아낼지 아무도 모른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꿈꾸는 기계 인간이 영생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 교수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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