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영 신부, 가톨릭신문 사장때 개인통장으로 기부금 챙겨
회계조작도…“부부 동반 성지순례” “선교비” 해명 오락가락
검찰은 서면조사만 한뒤 불기소…신부 “이미 무혐의 결론”
대구지역 유력 일간지인 <매일신문> 사장이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인 이창영(50) 신부가 과거 <가톨릭신문> 사장 시절 소년소녀가장 돕기 기부금 등 6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권연대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신부가 가톨릭신문사 사장이던 2005년 8월부터 2009년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등 회삿돈 6억400만원을 전아무개(49) 전 총무팀장과 함께 횡령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 <한겨레>가 입수한 가톨릭신문사 내부 자료 등을 종합하면, 이들은 2009년 소년소녀가장 돕기 음악회 기부금 수천만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엉뚱한 용도로 쓰는가 하면, 인쇄하지도 않은 책을 출판한 것처럼 회사 장부를 조작해 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검찰 고발까지 이뤄졌지만, 대구지방검찰청은 서면조사 등 형식적인 수사를 거쳐 무혐의로 종결했다.
■ 기부금이 사장 통장으로 가톨릭신문사가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먼저 입금된 뒤 가톨릭신문사로 송금되는 구조다. 영리기업인 신문사와 달리 비영리법인인 대구대교구는 기부금 등 수입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부금은 가톨릭신문사가 아니라 이창영 신부 개인 통장으로 들어갔다.
이 신부 등은 2007년 4월 <가톨릭신문> 창간 80돌 자선콘서트 때 부산의 ㅅ기업으로부터 2억원을 기부받았다. 이 돈은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거쳐 그해 5월31일 이 신부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됐다. 이 통장은 송금 바로 전날인 5월30일 개설됐고, 그해 7월19일 1억8000만원, 이듬해 3월 나머지 2000만원이 인출된 뒤 해지됐다. 2009년 5월에는 기업들이 소년소녀가장 돕기 음악회에 기부한 5100만원과 사옥 리모델링 명목으로 또다른 ㅅ기업에서 받은 후원금 3억원 역시 회사에 입금되지 않았다.
소년소녀가장 돕기 음악회 기부금 5100만원의 사용처에 대해 전씨는 2010년 12월 신문사에 낸 경위서를 통해 고위직 신부를 위한 산삼과 세례명 축일 선물 등을 샀다고 밝혔다. 심지어 전씨는 경위서에서 “실제 사용처와 회계처리상 기록이 일치하지 않거나 지출 근거가 명백하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 회계장부 조작도 이 신부 등은 기부금뿐만 아니라 신문사 운영자금에도 손을 댔다. 전씨는 2008년 10월 <성경과 주요교리>라는 책의 인쇄 비용으로 회삿돈 690만원을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송금했다. 하지만 실제 이 책은 2006년 2월 이후 인쇄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위서에서 “2008년 10월 당시 총대리 주교인 조환길 현 대구대교구장의 세례명 축일 예물 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2009년엔 두 차례에 걸쳐 ‘사장실과 자료실 리모델링 비용’으로 서류를 조작한 뒤 회삿돈 2400여만원을 빼돌렸다. 전씨는 이 돈을 이창영 신부가 지도신부로 있던 대구가톨릭경제인회 회원들의 부부 동반 일본 성지순례에 썼다고 경위서에서 밝혔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이 신부 등은 이처럼 장부를 조작해 마련한 돈 3000여만원을 선교비와 가톨릭투어팀 홍보 등에 지출했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 봐주기 수사 논란 이창영 신부와 함께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전씨가 2011년 3월 가톨릭교회 누리집 게시판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돈은 이창영 사장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밝히는 등 6억여원의 회삿돈을 목적 이외의 용도로 쓴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장부 조작 등을 지시한 이 신부를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 결국 검찰은 지난 4월2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신부 등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창영 신부는 횡령 의혹을 두고 “이미 검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며 “(문제가 된) 통장도 다양한 용처에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명의만 내 앞으로 돼 있을 뿐 사실상 교구를 위해 쓰이는 통장”이라고 반박했다. 박석재 대구대교구 사무처장 역시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법적인 대응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유신재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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