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역사 내 청소근로자들의 용역 발주 방식이 공개입찰로 전환된 이후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현실화됐다.
4일 시청 앞에는 500여명의 근로자들이 운집해 서울시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노조 측은 공개입찰로 결정된 최종 낙찰가가 기존 수의계약 금액보다 턱없이 낮은 만큼 시가 확고한 지침을 내려 추가 설계변동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007명 근로자들의 월급이 10만원씩 깎이고 총 24명이 실직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고용승계 문제는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노조측의 탄원에 대한 회신으로 공문을 발송해 ‘청소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도록 지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용역 업체가 선정되고 턱없이 부족한 낙찰금액이 결정된 지금까지도 시에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메트로 측은 “서울시가 올해 2965억원에 달하는 예산절감 대책을 지시한 만큼 서울메트로 자체에서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농성 현장에서 만난 서울메트로 사측 관계자는 “사실 서울메트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면서 “근로자들의 인사권은 오로지 용역 업체에 있고, 서울시가 큰 틀 안에서 이 문제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메트로 노조 측에서 “서울시가 민주노총 산하 전동차 청소근로자들의 인력축소 문제는 즉각 해결해놓고 국민노총 산하 역사 청소근로자 임금삭감 문제는 등한시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같은 서울메트로 청소용역 근로자들이지만 현재 역사 내 청소 업무와 전동차 청소 업무가 제각각 다른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 따른 주장이다. 업체도 따로 선정하지만 상급 노동조합 총연합회도 역사 쪽은 국민노총이지만 전동차 쪽은 민주노총이다. 서울메트로 노조의 상급단체는 국민노총이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역사 근로자와 전동차 근로자에 대한 시책이 다른 데에는 서울시 노동보좌관이 민노총 소속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시 주진우 노동보좌관은 지난 4월 전동차 청소근로자 인력축소 계획을 공문 한 장으로 취소한 적이 있었다.
올해 들어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의 예산절감 시책을 명령하면서 전동차 청소근로자의 인력축소 계획도 세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전동차 쪽 민노총 환경서비스노조 관계자가 주진우 서울시 노동보좌관을 만난 직후 인력축소 계획은 곧바로 취소됐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통정책과가 4월 29일자로 낸 ‘7731호 공문’에 따른 것으로 ‘전동차 차량기지 청소용역 민원사항 처리건’이란 제목의 공문에는 “인원 감축없이 고용승계 유지 철저”란 내용까지 명시돼 있었다.
이에 따라 전동차 청소근로자를 기존 354명에서 342명으로 축소하려던 것이 350명으로 환원됐다. 또 기계청소도 기존 82명을 77명으로 줄이려다가 다시 82명으로 원상복구 했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같은 직장 내에서 드러내놓고 편파적인 정책을 쓰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주진우 보좌관이 민노총의 민원 해결은 즉각 해결하면서 국민노총의 민원을 물리치는 것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역사 내 청소근로자 임금 삭감 문제로 인해 야간 기동반 24명이 최근 민노총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해고가 확실해진 야간 기동반 청소근로자 24명 등은 민노총 여성연맹과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시청 앞 등에서 별도로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번 청소근로자들의 임금삭감 등과 관련해 노조 측이 서울시의 예산절감 대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지난해 청소근로자들의 전기밥솥을 수거해버린 서울시 교통정책과의 ‘2494호 공문’ 때문이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발표에 따른 경영혁신사업 이행 철저’ 제목으로 작성된 공문에는 △전사적 에너지 절약 △환기설비 운전시간 단축 △수송수요 연동 탈력적 열차운행 등이 세부 항목이 명시돼 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의 올해 예산 총 2633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공문으로 인해 332억원이라는 추가 절감대책이 마련된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할 시 1·2급 이상 직원들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며, 사장은 연봉 20%를 반납해야 한다’고 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66.1%가 자동차 운행이고 나머지는 편의시설이 차지하는데 절감 대책을 내놓으라면 결국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는 등 고통을 수반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문으로 인해 당시 전기밥솥 54개와 에어컨 9대가 회수됐다. 지금도 심야 근무자가 밤샘 근무를 하면서 냉방도 못 틀고 일을 하고 있으며, 기지 내 사무실 복도는 낮에도 불을 켜야 할 정도로 컴컴한데도 불을 못 켜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역사 환기를 절반가량 줄이라는 시책은 역무원은 물론 시민들의 건강마저 해치는 것으로 대중교통요금 인상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농성에 참가한 청소 근로자들은 “50대 서민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쥐꼬리만한 130만원 월급을 10만원씩 깎고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박 시장에게 우리는 돌고래만도 못한 존재인가”라며 울분을 터트렸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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