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건/사고
  • 작게
  • 원본
  • 크게

[화물연대 총파업]여관비 아끼려 차에서 잠자다 내 몸 타는…”

[기타] | 발행시간: 2012.06.26일 08:46

“차라리 사고로 차에 불이 났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을 겁니다.”

25일 오전 11시경 울산 동강병원 중환자실. 전날 오전 2시 반경 자신의 화물차 안에서 잠을 자다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졸지에 화(禍)를 당한 정춘회 씨(41·사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한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정 씨는 당시 타이어 등이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를 마셔 산소호흡기를 코에 꽂고 있었다.

당시 정 씨가 잠을 깬 것은 뜨거운 열기 때문이었다. “눈을 뜬 순간 불길이 운전석 옆과 앞 창문으로 치솟고 있었다”는 정 씨는 “열기와 유독가스가 한꺼번에 차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탈출하기 위해 유리창을 발로 찼지만 깨지지 않아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부인(40)과 아들(15·중3), 딸(13·중1) 등 가족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숨을 참다 도저히 안돼 유독가스를 몇 모금 마셔 정신도 점점 혼미해졌다. 그는 “가족을 생각하며 태권도로 배운 발차기로 있는 힘을 다해 차니 조수석 유리창이 기적처럼 깨졌다”고 했다. 오른쪽 발뒤꿈치에는 맨발로 유리를 차면서 생긴 타박상이 남아 있었다. 무사고 운전사인 그는 “사고도 아닌 방화로 추정되는 불 때문에 차가 불길에 휩싸인 것을 보니 내 몸이 타는 느낌이었다”고 몸서리쳤다.

정 씨는 사고 전날인 23일 오후 6시경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하이스코에서 강관을 싣고 나와 효문동 현대글로비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다음 날 오전 7시로 예고된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곳에 주차한 것이다. 집이 대전인 정 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울산에서 오후 6시경 짐을 싣고 저녁식사를 한 뒤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여관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도 있지만 오고가는 교통비에 5만 원 안팎인 여관비가 아까워 늘 차 안에서 잠을 잤다.

그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은 아니다. 차에서 잠을 잔 것도 서울까지의 장거리 운행에 대비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시간(오후 9시∼다음 날 오전 6시)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들 시간대 할인율은 20∼50%다.

그는 “경찰 수사로 방화범이 잡힌다면 ‘화물차 하나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나 같은 운전사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화물차에 왜 불을 질렀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거나 조금 늦게 잠에서 깼더라면 죽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달려온 부인 이모 씨는 “유독가스를 얼마나 마셨는지 지금도 침에 그을음이 섞여 나오고 있다”며 “목숨이라도 건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 dongA.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80%
10대 0%
20대 20%
30대 40%
40대 2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20%
10대 0%
20대 2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7년째 기러기 아빠" 윤다훈, 부인·딸·손녀 '캐나다 뒷바라지' 충격 근황

사진=나남뉴스 레전드 시트콤 '세 친구'의 주역이었던 윤다훈이 이동건과 만나 기러기 아빠 근황을 공개했다. 최근 방송한 SBS '미우새'에서는 윤다훈이 오랜만에 출연해 오랜 인연 이동건과 만남을 가졌다. 윤다훈은 "7년째 기러기 아빠,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큰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카페는 아무나 하나" 이동건, 제주도 '사업 도전' 2억 대출 충격

사진=나남뉴스 배우 이동건이 드라마 업계 불황을 언급하며 제주도 카페 창업 의지를 드러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는 19일 방송하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카페 창업에 나선 이동건의 도전기가 공개된다. 이날 이동건은 진지하게 카페 창업에 대한 열정을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사진=나남뉴스 배우 고현정이 신세계 회장 정용진과의 신혼 생활을 최초로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고현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현정'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브이로그를 올리며 신혼 생활을 회상했다. 영상 속 고현정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바쁘게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