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 저가항공 이용, 中·日·태국·홍콩으로…
값도 20만원대로 저렴, 30대 여성 직장인들 주도
회사원 조유진(31)씨는 '1박2일' 마니아다. TV 프로그램 '1박2일'이 아닌 해외여행 말이다. 1박2일로 대만에도 다녀오고, 홍콩에도 다녀왔다. 지난주엔 엄마와 함께 후쿠오카를 1박2일로 여행했다. 여름휴가는 친구들과 함께 대마도로 간다. 물론 1박2일이다. "따로 휴가 낼 필요없이 주말 이용해 가면 되니까요. 아침 일찍 비행기 타면 현지에 오전이면 도착하고, 이튿날 밤에 한국으로 출발하면 되니까 이틀을 풀(full)로 즐길 수 있어요. 비용도 20만원대로 저렴하고요."
1박2일 또는 2박3일로 짧게 떠나는 해외여행이 인기다. 여름휴가를 기다리지 않고 주말을 이용해 국내여행 떠나듯 해외여행을 떠난다. 지난해 여름 출간된 '금토일 해외여행'(예담)은 출판 불황에도 3만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5~6년 전 붐을 이뤘던 도깨비 여행과는 다른 성격이다. 주로 일본의 대도시로 향했던 무박 2일의 도깨비여행이 쇼핑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면 요즘의 단기여행은 여행지도 다양하고 목적도 다양하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중국(14.3%), 동남아(13.1%), 일본(5.8%) 등 단거리·단시간 여행상품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성격도 다양해졌다. 하나투어 홍보실 송원선 대리는 "도깨비, 야단법석 같은 이름을 앞세웠던 초창기 단기여행은 체력이 좋은 20대 대학생들, 직장 초년생들이 선호했다면 요즘 단기여행은 주5일 근무와 저가 항공을 활용해 여러 가지 테마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30대 중반의 여성 직장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가는 여행, 여자끼리 가는 여행, 2030 단기여행 식으로 수요자의 취향에 맞춰 지역과 호텔, 관광코스를 구성한다.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왕짠돌이 상품 같은 경우는 저가항공에 3성급 호텔로 저렴하게 구성해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지만, 가족 단위나 연인들의 여행일 때는 고급 리조트를 선호해 단기여행이라도 비용이 높아집니다."
자유여행 전문업체인 내일여행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지역과 항공, 호텔까지 일정을 짜주는 서비스로 호응이 높다. 홍보실 유한나씨는 "일본으로 집중됐던 단기여행 수요가 최근엔 홍콩, 대만, 태국, 싱가포르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아시아 지역의 단기여행 여파가 파리 3박4일, 런던 3박4일 하는 식의 유럽 단기여행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양지도 단기로 즐긴다. '금토일 해외여행'을 쓴 여행작가 정숙영(37)씨는 "태국만 해도 2박4일 상품이 많고, 보라카이나 세부도 2박 상품이 즐비하다"면서 "휴양지야말로 리조트 안에서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2박이면 알차게 놀다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전문 여행업체인 '여행박사'는 최근 호텔과 렌터카를 결합한 1박2일 일본 해외텔카 상품을 출시했다. 자동차로 자유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남성 여행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여행박사 심원보 팀장은 "돗토리 시마네 지역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도로가 복잡하지 않고 한적한 시골 지역이라 여성도 손쉽게 차를 운전하며 관광하고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박사의 단기여행 상품 중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대마도 여행이다. 3만~4만원대의 당일 여행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얻기 힘들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배로 1시간40분밖에 안 걸리는 데다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 최익현선생순국비, 조선통신사비 등 우리 역사와 관련된 유적지가 많고 면세점 쇼핑까지 할 수 있어 30~40대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다. 18만~20만원대의 후쿠오카 1박2일 여행도 북적이긴 마찬가지. "쇼핑하면서 관광하고 이자카야 가서 소주 한잔하고 돌아오는 식이죠. 일본 여행은 나들이, 마실 개념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