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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남녀 매칭서비스…별난 항공사

[기타] | 발행시간: 2013.01.19일 03:00
가만 있다간 죽는다… 고속철도·저가항공 약진에 유럽경제 위기 겹쳐 비상, 편의시설·서비스 강화 나서

없는 게 없는 공항… 수하물 위탁 줄 설 필요없게 셀프 스파 기기까지 마련, 전자책·음악 무료로 다운

고객 유인 별난 마케팅… 개인 쇼핑 도우미 제공하고 미혼남녀 매칭 서비스 도입, 빈 비즈니스석은 경매 부쳐

지난 11월 프랑스 최대 국제공항인 샤를 드골 공항 2E 터미널. 장거리 승객들이 출국하는 이곳에 사람 키만 한 삼성 갤럭시탭 확대판이 보였다. 스크린 터치로 이름과 항공편을 입력하자 어느 길을 따라 어느 게이트로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안내가 떴다. 안내에 따라 길을 가니 다른 큰 전광판이 등장했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내가 가는 탑승 게이트까지 걸어서 걸리는 시간이 표시돼 나왔다. 보안 검색대에선 탑승 시간이 임박한 승객들만 따로 줄을 서도록 빨간색 표지판을 달았다. 비행시간이 많이 남은 승객은 초록색, 중간 정도의 승객은 오렌지색 줄이다.

낡은 시설과 긴 이동 거리, 잦은 짐 분실, 불친절…. '세계 최악의 공항'으로 불리던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이 달라졌다. 공항 운영사인 ADP가 유럽 최대 허브 공항을 목표로 2008년부터 6억유로(약 8500억원)를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벌인 결과이다. 샤를 드골 공항은 연간 방문객 6000만명(2011년 기준)으로 유럽 2위인데 10년 후에는 1위인 런던 히스로 공항(6900만명)을 제치고 연 1억명이 오가는 유럽 최대 공항으로 날아오른다는 목표이다.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치는 지금 유럽 항공업계가 '무한 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히스로 공항(2008년)을 필두로 바르셀로나공항(2009년), 코펜하겐(2010년), 프랑크푸르트 공항(2011년) 등 유럽 국제공항들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확장 또는 리모델링 공사를 벌였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 시장에서 가라앉는다는 절박한 위기감에서다. 2005년 당시 나란히 세계 7,8,9위 공항에 꼽혔던 샤를드골·프랑크푸르트·스키폴 공항 중 프랑크푸르트와 스키폴이 각각 9위와 14위로 밀려났다.반면, 10위에도 못 들던 베이징공항이 세계 2위(7740만명)로 치고 올라왔고 홍콩공항 역시 10위권에 진입했다.

항공사들도 비상이다. 미국은 델타 항공과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와 컨티넨탈 항공이 각각 결합해 확고한 1등과 2등의 글로벌 선두 항공사가 된 반면 유럽에서는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의 여객 수요를 모두 합쳐도 델타항공 한 곳의 여객 규모와 비슷할 뿐이다. 유럽 내 고속철도와 저가 항공사들의 급부상으로 탑승객들도 급감하고 있다.

'항공사는 하늘 위에서, 공항은 지상에서'라는 '투 트랙(Two track)'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 항공업계 현장을 Weekly BIZ가 찾아갔다.

▲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공항 안에 유치해 놓은 네덜란드 국립 라익스 뮤지엄(왼쪽). 최근 리모델링을 완료한 파리 샤를 드골 공항 2E 터미널에서는 태블릿PC를 크게 키운 터치형 스크린을 이용해 탑승 게이트를 안내받을 수 있다(가운데). KLM은 탑승 당일 남는 비즈니스 좌석을 이코노미 승객들에게 경매에 부쳐 파는 시스템을 연내 도입한다. 사진은 호텔 객실을 방불케 하는 KLM의 기내 1등석 모습(오른쪽). / 암스테르담·파리=류정 기자·에어프랑스-KLM 제공

◇박물관·카지노·호텔…없는 게 없는 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국제공항에는 지난해 초부터 공항 측과 KLM 항공이 제휴해 승객 스스로 수하물을 자동화된 기기에 넣어 부치는 '무인 수화물 위탁(Self Baggage Drop)'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대다수 공항이 좌석을 셀프 체크인(self check-in)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수하물은 여전히 줄을 서서 직원을 대면한 채 체크인해야 한다. 이는 세계 공항 평가에서 7년 연속 1위에 선정된 인천 공항도 올해 처음 시범 도입을 계획 중인 서비스다. 스키폴 공항은 유럽 최초로 이 자동기기 12대를 공항에 설치, '체크인 전(全)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항객 수요가 많지 않은 스키폴 국제공항은 생존책으로 색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환승 대기 시간 동안 잠시 눈을 붙이고 싶어 하는 승객들을 위해 공항 터미널 안에 특급 수준의 호텔 2개를 최근 열었고 공항 터미널 로비 한복판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셀프 스파 기기'까지 마련했다. 이곳에선 5분당 1유로(약 1400원)만 내면 아쿠아 마사지 기계에 몸을 맡기고 원하는 만큼 피로를 풀 수 있다. 환승객들을 위한 도서관을 마련해 전자(電子)책과 음악을 모두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공항 안의 박물관 설치는 요즘 유럽 공항들의 최신 트렌드이다. 샤를 드골 공항은 루브르·오르세 박물관과 협력한 '미니 박물관'을 유치해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스키폴 공항에는 네덜란드 국립박물관 라익스 박물관이 이미 들어와 있다. 유럽 최대 자산이자 자부심인 문화유산으로 고객을 흡인하려는 전략이다. 히스로 공항은 자신의 종교 방식대로 기도를 할 수 있는 '멀티 기도방(multi-prayer room)'을, 프랑크푸르트공항은 승객들이 룰렛·블랙잭 등을 즐길 수 있는 카지노까지 최근 갖췄다.

컨설팅업체인 '코펜하겐이코노믹스'의 마르틴 흐비트 텔레(Thelle) 파트너는 "10년 전만 해도 콧대가 높았던 유럽 공항들이 최근 항공사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빈 공항이나 더블린 공항 같은 소규모 공항은 항공사 유치를 목표로 항공사에 공항 이용료를 대폭 할인까지 해준다"고 했다. 실제로 더블린 국제공항은 비행시간 7시간이 넘는 장거리 노선 항공사에 대해 공항 이용료를 노선 운항 2년째 10%, 3년째 25%, 5년째에는 75%까지 깎아준다.

◇'떠오르는 큰 손', 아시아·태평양 승객

유럽 공항과 항공사가 겨냥하는 공통적인 과녁은 아시아·태평양 탑승객들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2012년 여름부터 중국 승객들을 위한 개인 쇼핑 도우미인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마련해 중국인들의 개인 쇼핑을 돕고 있다. 중국 표준어(만다린)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들은 1대1 쇼핑 보조는 물론 공항 보안 검색대 통과와 출발 게이트 안내까지 '풀 서비스'를 한다.

KLM 항공은 한국 유명 한식당인 용수산과 손잡고 용수산 스타일의 비빔밥·김치볶음밥 같은 한식(韓食)을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에어프랑스가 1300만유로(약 184억원)를 들여 작년 샤를 드골 공항 내 장거리 노선 승객 전용 비즈니스 라운지를 287㎡(약 87평) 크기로 확장·리모델링한 것도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승객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여기에는 스카이팀 VIP 승객들에게 프랑스 화장품 기업 클라란스가 20분 동안 무료 마사지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해주는 '트리트먼트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이런 서비스 개선에 맞춰 아시아 취항도 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중국 청두·샤먼·우한 같은 2급 도시에 최근 신규 취항했고 올 4월에는 쿠알라룸푸르~파리 노선을 사상 처음 운항한다.

이런 아·태지역에 대한 공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 지역 승객들은 활발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 아·태 정기 항공기를 이용한 여객은 8억1000만명으로 10년 전(2001년 3억7000만명)보다 220% 증가했다. 반면 유럽 지역은 같은 기간 78% 증가에 그쳤다.

◇항공사들, 고객 유인'별난 마케팅'

유럽 항공사들은 특히 단거리 노선에서 승객들을 다 채우지 못해 적자를 내는 곳이 즐비하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이들이 꺼내 든 승부수는 '세분화(segmentation)'와 '맞춤화(customization)'이다.

KLM은 미혼 남녀 고객을 대상으로 '중매쟁이' 역할까지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탑승 전 미리 승객들의 사진을 보고 교류할 수 있게 하고, 옆 좌석에 앉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트 매칭 서비스'이다. KLM은 일본·중국·프랑스·이탈리아 등 7개 언어로 이 서비스를 페이스북에 운영 중이다. 젊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아이디어 마케팅이다.

KLM은 또 탑승 당일 남는 비즈니스 좌석을 이코노미 승객들에게 경매에 부쳐 파는 시스템을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이코노미 승객들이 예약할 때 미리 비즈니스 좌석이 남을 경우 얼마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적어 내면 탑승 당일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순서대로 좌석을 바꿔준다.

고객 개인 취향을 배려한 '맞춤형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BA)는 승무원들이 아이패드를 통해 승객 명단과 승객들의 과거 탑승 기록, 주문했던 메뉴 등을 확인하고 승객의 취향·기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밀착형 명품 서비스가 목표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부터 99대의 장거리 노선 비행기에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유료(시간당 10.95유로)로 제공한다.

티도 벨드후이스(Veldhuis) KLM 전략부문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 항공사들은 단순 항공권 판매만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좌석 세분화와 다양한 추가 틈새 서비스 개발로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 위한 전쟁이 한층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파리·암스테르담=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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