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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돈공천’…“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

[기타] | 발행시간: 2012.08.11일 00:00
·여당 텃밭 '돈공천' 소문 끊이지 않아…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

부산이 19대 총선 뒤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들은 모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19대 국회의원들이다. 가장 먼저 부산 사하갑 문대성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이 문제가 됐다. 결국 이 문제로 문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부산 영도의 이재균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이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최근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한다. 부산 수영의 유재중 의원은 성추행 추문에 휩싸였다. 유 의원은 수영구청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모 초등학교 어머니회 회장인 김모씨를 추행하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대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점을 찍은 것은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다. 현 의원은 공천헌금 3억원을 내고 비례대표 순번 23번을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 순번을 판 사람으로는 새누리당 부산 공천의 막후 실세이자 친박 핵심으로 알려진 현기환 전 의원이 지목되고 있다.

8월 3일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현영희 의원이 지난 4ㆍ11 총선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공천=당선', 예비후보들 채널 총동원


부산 정치권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부산은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다보니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새누리당의 유력 정치인에게 줄을 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질이나 능력과는 상관없는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게 되는 구조라는 게 부산 정치권의 중론이다.

19대 총선뿐만 아니라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둘러싼 '돈공천'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한 부산 정치권 인사는 "과거 부산 유력 정치인의 보좌관을 했었는데 그때에도 한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기 위해 수억원의 돈을 가지고 왔던 걸로 안다"고 말하며 "이번 사건은 부산의 정치권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선거철만 되면 부산에서 모 의원이 지역구를 다른 후보에게 물려주는 대가로 몇억원을 요구했으며, 재력가인 모 후보가 선거 기간 중 수십억원을 썼다는 소문이 돈다.

'돈공천' 의혹의 중심에는 정치브로커들이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정치컨설턴트는 "부산에서 출마를 하려는 신인 정치인들을 컨설팅해줄 때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네트워크만 만들어주면 된다. 유력 정치인의 인맥과 본인의 인맥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인가. 친한 사람은 누구이고 핵심 키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것들을 찾아서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맥을 연결하는 방법까지도 알려준다. 저 사람은 부인을 공략해야 하고, 저 사람은 측근을 공략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걸 컨설턴트가 제안하면 이를 행동에 옮겨 돈을 전달하는 사람이 정치브로커들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신한국당 시절 유력 정치인의 비서나 보좌관을 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과거 인맥을 동원해 브로커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공무원들과 업자들을 연결하면서 이권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천헌금' 파문의 중심에 있는 조기문씨가 바로 전형적인 정치브로커다. 조씨는 2004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을 맡았으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단체인 '국민의 힘'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의 특보로 활동했다. 조씨는 광고기획사 일을 하면서 각종 선거홍보물을 도맡아 제작하기도 했다.

정치브로커들 활개, 각종 이권 챙겨


2007년 MB 외곽단체인 '국민의 힘'에서 조씨와 함께 근무한 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조씨는 학력과 경력 등을 속여서 활동해 왔다. 조씨는 자신을 1959년생으로, 명문대를 졸업한 기장의 땅재벌이라고 소개해 왔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알고보니 조씨의 나이는 1964년생으로 강원도 고성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후 부산으로 온 사람이라는 얘기가 나오더라"며 "조씨의 친구는 두 그룹이 있었는데 하나는 1959년생 그룹이고 하나는 1964년생 그룹이었다"고 말했다.

현기환 전 의원 또한 조씨의 거짓말에 속아 한동안 나이 어린 조씨를 선배로 대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의원과 조씨는 조씨가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을 하고 현 전 의원이 허남식 부산시장의 정무특보를 할 때 가까워졌다. 2008년쯤 조씨의 정체를 현 전 의원이 알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조씨와 현 전 의원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이 알려지자 현 전 의원이 조씨에게 돈을 전달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배달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 정치권에서 별로 평이 좋지 않은 조씨인데 자기 힘만으로는 이 바닥에서 버티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를 챙겨주는 실세나 조씨가 챙기는 실세가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 전 의원과 조씨의 사이가 나쁘다고 하지만 정치판은 냉정하게 말하면 적을 만들기도 애매하고 내편을 만들기도 애매한 곳이다. 어떤 사람이 실세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조씨는 부산 정치권에서 여기저기 보험을 들어놓았을 것이고, 현 전 의원도 조씨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영희 의원은 부산의 '유치원 재벌'


국회의원에 대한 집념이 강했던 현영희 의원도 '배달사고'가 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 의원은 차명으로 후원금을 낸 후 이번 의혹을 폭로한 정동근씨가 영수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이런 현 의원의 성격상 3억원을 보내놓고 사후 확인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현 의원은 현기환 전 의원, 조기문씨 모두와 가깝게 지냈다. 조씨는 현영희 의원과는 2000년 중반부터 알고 지냈으며 지난 2010년 부산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현 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당시 캠프에서는 조기문씨와 안모씨가 선거를 총괄했다. 안씨는 시의원 시절부터 현 의원 선거일을 도맡아 왔는데 교육감 선거 이후부터는 현 의원이 조씨에게 선거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한 자산가인 현 의원은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래구에서 시의원을 지냈다. 현 의원은 '유치원 재벌'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운영하는 강림유치원은 지역에서 유명해 입학철이 되면 학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곳이다. 남편인 임수복 회장이 운영하는 강림CSP도 지난해 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회사다. 임 회장은 임수복장학재단, 강림문화재단 이사장 및 밀양대 총동창회장을 맡아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 의원은 친박 외곽조직인 '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다. '포럼부산비전'은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이 만들었고 현재 사무처장은 서병수 총장의 최측근인 김모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 새누리당 경선을 앞두고 만들어졌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2007년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서 떨어지면서 다른 지역의 조직은 사라졌지만 부산만은 살아남았고 박근혜 전 위원장은 해마다 '포럼부산비전'을 찾았다. 세간에는 자산가인 현 의원이 '포럼부산비전'의 자금줄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은 '포럼부산비전' 활동을 함께하며 가까워졌다. 현 의원은 2008년에는 시의원을 중도하차한 후 동래구에서 18대 총선 경선에 도전했지만 떨어지고 19대 총선에서는 중·동구로 지역구를 바꿔 예비경선에 출마했다. 현 의원이 지역구를 바꾸자 당시 부산 정치권에서는 현기환 전 의원이 친이계인 정의화 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리고 현영희 후보를 공천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현 의원이 경선 컷오프에서 떨어지자 '공천헌금'을 내고 중·동구 후보를 약속받았던 현 의원에게 현 전 의원이 그 대안으로 비례대표 23번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현기환 전 의원은 부산의 공천심사를 주도하면서 '현종복'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친박 핵심 인사다. 부산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부산에 오면 박 전 위원장 양 옆으로 현 전 의원과 서병수 사무총장이 선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부산시장 정무특보 출신으로 초선에 그친 현 전 의원의 정치적 중량감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이 부산 정치권의 평이다. 과거 부산에는 박관용, 권철현, 정의화, 김무성, 정형근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포진했었지만 지금은 서병수 총장만이 유력 정치인으로 꼽힌다. 아직 그만한 정치적 입지를 쌓지 않은 현 전 의원이 총선 불출마로 현역에서도 물러나면서 입지에 불안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 전 의원이 부산의 차기 그룹인 김세연 의원, 박민식 의원 등이 치고 올라오는 것에 압박을 느꼈을 수 있다. 현 전 의원이 공천헌금을 받고 이 공천헌금이 대선자금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현 전 의원이 차기 정권 창출에 공헌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무리수를 두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유다. 현 전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을 할 당시 주변에서는 "현기환 전 의원은 호텔 가서 사람 만나는 게 일"이라며 "저러다 사고날 것"이라는 말들이 오고가기도 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친박 핵심 인사


정치권 물밑에서만 떠돌던 '돈공천' 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현영희 의원의 수행비서였던 정동근씨의 의혹 제기 때문이다. 정씨는 19대 총선 때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인물이다. ROTC 출신으로 현영희 의원의 남편인 임수복 회장의 친구의 처남이라는 것 정도만 알려졌다.

부산의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사건 이후 정동근씨에 대해 알아보려고 수소문해봤지만 안테나에 전혀 잡히지 않는 인물"이라며 "사건이 불거지고 새누리당 쪽 보좌관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정씨가 과감하게 폭로할 수 있었던 것도 정치권의 생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씨의 입은 새누리당에는 시한폭탄과 같다. 정씨는 이정현 전 의원 및 손수조 후보 등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입금했다는 증언을 해 새누리당 친박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새누리당에서 정동근씨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정씨가 정치권과 전략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고 새누리당과 연결된 사람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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