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선주자들 '책 정치' 왜?
대선땐 어김없이 쏟아져 이번에도 여야 8명 출간
긍정적 이미지 알리고 소통 위해 책 내지만
부실·대필 등 문제 많고 지나친 미화로 유권자 판단 흐릴수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의 책 출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 광화문 한 대형서점의 판매대에 대선주자들의 저서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대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대선 주자들의 책이 쏟아진다. 역대 대선주자들도 그랬고 연말 18대 대선을 앞둔 지금도 여야의 여러 주자들이 책 출간에 힘 쏟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비전, 정책 방향 등을 담은 책들을 내면서 대선 출정식을 겸한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를 열곤 한다. 이 때문에 '출판 정치' '책 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ㆍ손학규 상임고문 등 5명의 주자가 모두 책을 내면서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장외 행보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에는 책을 내지 않았지만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자서전을 낸 바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신화는 없다> <어머니> 등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보, 나 좀 도와줘>라는 자서전으로 대선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형태의 책을 내는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대한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대선 후보로선 책을 활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그것도 잘 포장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통한 유권자 어필은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순기능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적지 않다. 책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본인이 직접 쓰지 않고 사실상 대필 방식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홍보가 목적이라 후보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미화될 소지가 많다. 또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 다분히 포함돼 있어 자칫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출판기념회가 편법 정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책값 명목으로 거금을 내는 게 관행화 돼 있어 또 다른 로비 창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책에 쓰여진 내용 만으로는 그 사람을 분별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렵다"며 "정책과 정치 행위를 통해 대중에게 인정받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 본연의 입장이라고 볼 때 출마를 앞둔 후보들의 책 출간 붐이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정녹용기자 ltree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