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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할멈'도 반한 정은지, 누가 그를 미워할 수 있을까

[기타] | 발행시간: 2012.09.07일 11:13
[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화장이 조금 짙어졌을 뿐인 2012년의 성시원과 마주앉았다. '몸은 특별시에 있는데 마음만은 부산광역시'인 정은지는 사투리며 행동이며, tvN < 응답하라 1997 > 에서 그가 연기한 시원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아마 인터뷰 시간이 한정되지 않았으면 밤을 샐 기세로, 정은지는 한참동안 이야기를 쏟아냈다.

▲에이핑크 메인보컬이자, tvN < 응답하라 1997 > 에서 성시원 역으로 첫 연기에 도전한 정은지(20)를 지난 6일 상암동 < 오마이스타 > 사무실에서 만났다.

ⓒ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사실 1993년생인 정은지, 게다가 연기경력 전무한 걸 그룹 에이핑크의 메인보컬이 1997년의 '1세대 빠순이' 성시원을 연기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첫 회, H.O.T를 보러 공개방송에 간 시원이 빠심(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객석에서 일어나 '전사의 후예'의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해냈을 때, 그를 '안승부인'(성시원의 별명, H.O.T 토니안의 본명인 안승호와 부인의 합성어)으로 인정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매점 늦게 가면 빵이 없다!"

공개방송 장면에서 오빠를 목 놓아 연호하는 장면은 < 응답하라 1997 > 의 오디션 과제였다. 악 쓰는 와중에도 사투리를 써야 하는 게 관건. 목소리 하나는 정말 크다고 자부하는 정은지는 눈을 질끈 감고 오디션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토니오빠!!"를 외쳤단다.

"사실 제가 들어가기 전에, 오디션 끝내고 나오는 늘씬하고 예쁜 분을 마주쳤어요. 저도 나름 예쁘게 꾸미고 갔는데, 기가 죽었어요. 제가 보장된 연기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투리를 쓸 줄 아는 것 하나밖에 없잖아요. 그때 감독님은 제가 에이핑크 멤버인지도 몰랐어요. 거기서 예쁜 척하면 재수 없을 것 같아서(웃음), 무조건 내 모습 그대로 열심히 막 보여드렸죠."

▲tvN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에서 정은지는 1997년 열여덟살을 H.O.T 토니에게 바친 광팬 성시원을 연기했다.

ⓒ CJ E' & M

'빠순이' 경험이 없는 정은지의 디테일한 연기는 성시원의 실제모델인 김란주 작가가 코칭을 맡았다. 정은지가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 응답하라 1997 > 여자주인공의 이름은 란주였다. 명장면이었던 젝키팬과 H.O.T팬의 해오름극장 앞 전쟁신의 대치구도와 소품 하나하나의 김 작가가 직접 챙겼단다.

정은지는 "작가님이 다른 때는 촬영장에 안 오시는데, H.O.T 관련된 장면 촬영할 때는 꼭 나타나서 코치를 해줬다"며 "시원이 토니오빠 집 앞에 있는데 포카리(당시 토니안의 차 별명)가 등장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작가님이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고 가까이 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토니안에 대한 정이 남다르다는 김란주 작가를 보며, 지고지순한 팬의 사랑이 마냥 대단하고 부러웠다고.

경험하지 않은 세대를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주로 받지만, 정은지는 시대를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들 덕분에 1997년 고등학생이었던 시원의 학창시절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좋아하지 않는 수업이면 졸기 마련이고, 매점으로 늦게 달려가면 빵이 없다"는 것.

"저도 시원이랑 똑같았어요. '땡'(쉬는시간 종소리)하면 '훅'(매점으로 달려가는 소리)! 늦게 가면 맛있는 피자빵이 없어요. 퍽퍽한 소보로빵만 남지. 저는 제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연기하는 걸 되게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학창시절에 부모님과 마찰이 있고, 입시 스트레스를 받는 법이니까요."

▲tvN < 응답하라 1997 > 의 한 장면 정은지

ⓒ CJ E & M

정은지 사투리의 비밀은 할머니?

극의 배경이 부산인 점은 정은지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지난해 에이핑크로 데뷔할 때까지 쭉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사투리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달랐다. 특히 '오빠야~'라고 애간장을 녹이는 사투리가 아닌, 할머니들이 쓰는 말투는 캐스팅 당시 특장점이 됐다. 이게 다 어릴 때부터 동네 할머니들의 말벗이 되어준 덕분이란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남동생이랑 8살 터울이라 오랫동안 외동이었거든요. 어릴 때, 부유한 편이 아니라 골목골목으로 되어 있는 곳에 살았는데 나가면 할머니들이 그렇게 많았어요. 그림 맞추기(화투) 하고 계시면, 옆에 가서 귓속말로 '할매~ 고도리, 고도리!' 장난도 치고 그랬죠. 할머니들도 저를 예뻐해서 '혜림아(정은지의 어릴 적 이름), 고구마 삶아놨다' 그러면서 간식도 챙겨주셨어요.

근데 되게 무서운 할머니가 한 분 계셨어요. 항상 이런 표정으로(정은지의 드라마틱한 표정을 글로 옮기기 어렵다) 나와서 혼자 앉아 계시니까, 애들이 '마귀할멈이다!!' 하면서 도망가곤 했죠. 저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놀아달라'고 말을 걸었는데, '저리가라'고 손사래를 치시는 거예요. 그 할머니에 대한 소문이 안 좋았는데, 어린 애가 엮일까봐 걱정하신 거죠.

그렇게 몇 번 거절당하고 하루는 그냥 지나가려는데, '오늘도 그냥 갈라꼬? 앉아봐라~' 하시는 거예요. 그 뒤부터는 할머니가 제 든든한 빽이 됐어요. 동네 애들 사이에 소문이 났거든요. '쟤 잘못 건드리면 혼난다'고.(웃음)"

▲정은지는 2011년 걸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했고, 올해에는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성시원 역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지난해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한 정은지에게 부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잘 맞는 옷처럼 어울렸다.

ⓒ CJ E' & M

성시원도 그랬다. 그렇게 윤윤제(서인국 분)를 부려먹으면서도, 가끔 '대신 해주기' '빌려주기' 쿠폰을 발행해서 채변검사 때 똥도 대신 싸주고, 부모님이 안 계신 윤제의 졸업식에 자기 부모님을 보내던 시원이는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청순한 요정 콘셉트의 걸 그룹으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놀래 자빠질 수밖에" 없었던 '털털녀'는 덕분에 성시원을 만나 배우로 입문했다. 그래서 정은지는 친구들이 "니 서울 올라가서 내숭 떠는 거 보이자마자, 폰에 있는 엽기사진 방출한다"고 협박하는 게 무섭지 않다. 요정에서는 한발 멀어졌어도, 배우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꿈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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