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시스】유재형 기자 = 대학생들에게 북한의 이적 표현물을 읽고 감상문을 쓰게 한 혐의로 법정에서 선 울산지역 A대학 이모(55) 교수에 대한 1차 공판이 27일 울산지법 101호실에서 열렸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 검찰측은 이 교수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강의시간에 수강학생 380여명에게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이를 찬양하는 감상문을 제출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적 등 이적표현물 상당수를 파일 형태로 보관한 점을 들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이 교수가 가지고 있던 북한 관련 자료의 이적성 여부를 감정한 감정서를 비롯, 2만 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양의 공소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교수의 변호인은 북한 관련 자료를 보관한 사실 등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행위라는 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막대한 양의 공소자료를 살펴보는데는 한 달여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변호인측의 요구를 받아 들여 10여분 만에 1차 공판을 끝냈다.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학문의 자유'냐 '이적행위'냐의 법적 공방은 다음 공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공판은 11월1일 오전 11시20분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와 관련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내고 "매카시즘의 잣대로 대학 과제를 재단하지 말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민교협은 이날 "1994년 경상대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교수 모두가 무혐의 처리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도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자율적인 대학 강의 현장을 위협하는 데에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뒤 이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결정을 즉시 취소할 것을 대학측에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학문의 자유 역시 제한이 따른다고 반박하고 있어 향후 재판과정에서 '학문 자유의 한계'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편 검찰이 이번 소송에서 이적표현물로 지적한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 4월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대외선전용으로 발간한 총 8권의 김일성 회고록이다.
이 책은 김일성의 전 가계를 항일독립투사로 날조하고,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을 미화·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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