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성범죄 9건 중 1건은 예상과 달리 출근시간을 전후한 오전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도범죄 역시 4건 중 1건이 대낮에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돼 ‘밤손님’이라는 말을 무색게 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주요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폭력·절도) 분석 결과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의 경우 오전(오전 7시∼낮 12시) 시간대에 발생한 성범죄가 2294건으로 전체 성범죄(1만9491건)의 1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시간대는 전체 범죄의 38.8%가 발생한 심야(밤 12시∼오전 4시)였지만 오후(낮 12시∼오후 6시)와 새벽(오전 4∼7시)에 발생한 성범죄도 각각 12.3%와 11.0%에 달했다.
출근시간을 전후한 오전 시간대에 적지 않은 성범죄가 발생한 것은 최근 들어 가족들을 출근 또는 등교시키고 집에 혼자 남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지난 8월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해 사형을 구형받은 서진환(42) 역시 사건 당일 오전 9시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주부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밤손님이라는 용어가 익숙한 절도범죄 역시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낮 시간대에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오후 시간대에 발생한 절도범죄는 모두 6만5644건으로 전체 절도범죄의 23%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절도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야 시간대의 발생건수 7만388건에 근접한 수치다. 오후에도 절도가 빈발한 것은 맞벌이 등으로 낮에 빈집이 많고 밤에 비해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경비가 허술한 점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폭력범죄는 회식 등 음주 문화의 영향으로 대부분 해가 떨어진 뒤인 밤(오후 8시∼밤 12시)과 심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발생한 전체 폭력 사건의 60%(18만5577건)가 밤과 심야 시간대에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발생한 살인범죄를 시간대별로 보면 심야에 334건, 새벽 104건, 오전 161건, 오후 205건, 초저녁(오후 6∼8시) 111건, 밤 286건 등으로 나타났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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