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방송 캡처
배우 윤상현이 무참히 망가졌다.
지난 18일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거지의 품격'엔 꽃미남 배우 윤상현이 출연했다. 이날 출연한 윤상현은 허경환의 '배우 하다가 쫄딱 망한 형'으로 분해 실감나는 거지 분장을 선보였으며, 리어카를 타고 등장해 관객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안겼다.
현재 '생활의 발견'을 비롯해 몇 몇 코너들은 배우나 가수들의 등장이 전형적인 코스로 자리 잡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장기전으로 돌입해 매 주마다 신선한 아이템을 기획해야 하는 코너들에 있어 연예인들의 출연은 소재 고갈을 막는데 더없이 효과적이기에 아무리 홍보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이들의 출연을 반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연예인들이 얼굴을 비춘 프로그램들은 방송 다음날 커다란 이슈가 되기에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데 있어 막강한 무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같은 연예인들의 출연이 눈에 뻔히 보이는 '홍보'로 이어질 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화 개봉이나 음반 발매, 드라마 첫 방송 등의 스케쥴과 맞물려 '개콘'을 찾은 이들은 언제나 프로그램 말미 자신이 나온 목적을 밝히고, 시청자들은 "역시나" 하는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출연을 하는 연예인과 코너의 주인인 개그맨들은 이같은 출연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있어 독보단 득이 되기에, 시청자 입장에서 이들의 '상생'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지난 18일 방송에서 '꽃거지'로 분한 윤상현은 이같은 문제의 적절한 답안을 자신의 망가짐으로 몸소 보여주었다.
리어카를 타고 위풍 당당히 등장한 윤상현은 '거지' 옷을 입은 만큼 땅에 떨어진 치킨을 주워 먹는 것은 기본이요, 우스꽝스러운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자기 자신을 버렸다. '꽃거지' 특유의 표정과 말투도 완벽했으며, 노래를 부르며 영화를 홍보하는 자체도 그리 밉지 않았다.
이처럼 윤상현은 '홍보'라는 본연의 목적이 있었지만 자신이 출연을 결정한 프로그램에 완벽히 녹아드는 자세로 불순한 목적 자체를 걸러냈다. 시청자들은 작정하고 망가진 윤상현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으니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목적을 달성했고, 윤상현은 방청석에 자리한 박하선과 함께 영화를 알리는 데 성공했으니 서로가 '윈윈'할 수 있었던 것.
따라서 '개그 콘서트'에 홍보를 목적으로 찾아온 스타들은 윤상현의 망가짐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예쁘고 멋져 보이기보단 어떠한 분장도 불사하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개그콘서트'라는 '터'에 더없이 맞는 행동이며, 이와 같은 마음가짐이 전제되었을 때만이 그 안에서 행해지는 '홍보'에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