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블랙 재출시 요구 많아 컴백 보름 만에 300만개 팔려
'나랑드 사이다' '뽀빠이' 등 웰빙 이미지 살려 부활
농심 '신라면블랙'.소비자 요청으로 돌아온 '귀환 상품'이 인기다. 유행에 맞지 않았거나, 여러 이유로 출시 직후 단종됐다가 몇 년 만에 다시 나와 호응을 얻는 경우다.
농심의 신라면블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하며 출시됐던 신라면블랙은 가격인상과 과대광고 논란 끝에 지난해 9월 생산을 중단한 지 14개월 만인 지난달 다시 나왔다. 박성진 농심 고객상담팀장은 “그동안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회사로 100통 이상 걸려왔다”며 “이에 확신을 얻고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5월 여수엑스포를 기념해 컵라면인 '블랙신컵'을 내놓으며 신라면블랙 판매를 다시 해도 좋을지 분위기를 타진했다. 또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도 미국·중국을 포함한 30개국에 1년 2600만 달러(약 290억원)어치가 팔려나갈 만큼 교포·수출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다. 지난달 11일엔 가수 싸이가 “블랙신컵 광고에 출연하고 싶다”며 동영상을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이런 배경으로 돌아온 신라면블랙은 출시 보름 만에 300만 개가 팔렸다. 한 달 매출 60억원으로, 농심의 28년 된 상품인 '짜파게티'와 비슷한 수준까지 뛰었다. 단종 직전엔 월 매출이 20억원까지 떨어졌었다.
삼양식품 '뽀빠이'(左), 배스킨라빈스 '아이엠샘'(右). 배스킨라빈스는 8년 전 아이스크림인 '아이엠샘'을 지난 1월 재출시, 7개월 동안 판매했다. 화이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마카다미아와 초콜릿을 넣어 2004년 나왔다가 단종된 상품이었다. 재출시하기 전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페이스북·홈페이지·고객센터에서 '다시 만나고픈 아이스크림'으로 '아이엠샘'이 1위로 꼽힌 것이다.
30여 년 만에 재출시된 제품도 있다. 동아오츠카의 '나랑드 사이다'는 1977년 동아제약 식품사업부가 생산했던 제품을 2010년 다시 내놨다. 바다에 갈매기가 떠있는 로고까지 그대로 썼다. 하지만 제품은 동일하지 않다. 새로 나온 것은 설탕·색소 같은 것을 뺀 제로(0)칼로리 제품이다.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를 노렸다. 240mL 800원.
시대가 바뀐 덕에 살아난 것도 있다. 농심의 채식주의자용 라면 '순'도 2009년 부활했다. 고기 대신 콩·버섯·청경채 같은 것만 사용한 라면이다. 2004년 나왔을 땐 채식주의가 낯설었던 탓에 판매가 좋지 않았고, 곧 생산이 중단됐다. 농심 측은 국내 채식인구가 6년 새 5배쯤 늘어난 것으로 보고 이를 다시 내놨다. 2009년 이후엔 2004년 대비 월 매출이 40%가량 늘었다. 120g 1000원.
단순히 재출시한 제품보다는 다시 내면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것들이 반응이 좋다. 농심은 신라면블랙을 재출시하면서 나트륨 함량을 기존 1930mg에서 1790mg으로 낮춰 덜 짜게 만들었다. 또 사골에서 분말을 추출하는 공정을 개선해 국물이 보다 깊은 맛을 내도록 했다. 대신 지난해 고가 논란이 있었던 만큼 가격은 100원 내린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라면과자 '뽀빠이'도 영양성분을 강화해 다시 나왔다. 1971년 나왔다가 사라졌고, 2009년 되살렸다. 원래 제품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 분말과 철분을 첨가해 웰빙 이미지를 더했다. 요즘도 월 5만 상자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65g 600원.
중앙일보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