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고구마 값 23% 오르고 다른 알바 많아져 기피
서울 화양동에 사는 임지혜씨(26)는 매년 겨울이면 간식거리로 군고구마를 즐겨 먹었다. 임씨는 기온이 0도까지 내려간 지난달 28일에야 처음 군고구마 맛을 봤다.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파는 곳을 좀체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지난해에는 퇴근길 곳곳에서 군고구마 손수레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3일 전에야 처음으로 군고구마 파는 곳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겨울 별미인 군고구마가 사라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입구역~어린이대공원역 사이에는 100여개의 노점이 늘어서 있지만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광진구 구의역 부근과 자양골목시장에 있는 30여곳의 노점 중 군고구마를 파는 상점은 딱 한 곳뿐이었다. 자양골목시장 진입로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조모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이 바로 맞은편에 있었는데 올해는 떡볶이 집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고구마 가격이 크게 올라 장사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고구마 소매가격 정보를 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고구마 1㎏ 가격은 4449원이다. 평년 가격(최근 5년 중 최고가를 기록한 해와 최저가를 기록한 해를 뺀 3년 가격의 평균) 3609원에 비해 23%나 올랐다.
건대입구역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조모씨는 “10㎏짜리 고구마 1박스를 4만5000원에 사서 다 팔아도 2만원밖에 남지 않는데 연료· 인건비를 계산하면 적자”라며 “3000원에 3개를 파니 하도 안 팔려 3000원에 4개로 바꿨다”고 말했다.
고구마를 굽는 드럼통 제작업체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드럼통 제조업체가 4~5개였지만 이젠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 유통만 한다. 성진만물을 운영하는 강동호씨는 “과거엔 100통을 사놓으면 두 달 만에 다 팔렸는데 올해는 8통도 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예전엔 고등학생부터 젊은 사람들이 주로 장사를 했지만 요즘은 다른 아르바이트가 많아서 고구마 팔려는 젊은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