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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터넷, 정부 통제 시대 열리나

[기타] | 발행시간: 2012.12.16일 00:00
주말 사이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에선 전화와 인터넷에 관련한 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 회의는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로,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이 국제전기통신규칙(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Regulations)을 개정하기 위해 12월3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이 회의는 국제 통신 요금을 과금하고 정산, 국제 로밍과 관련한 사안을 다루었는데 열리기 전부터 인터넷기업들과 오픈소스 커뮤니티, 시민단체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에게 낯익은 곳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모질라재단, 해커조직 어노니머스 등이 인터넷 이용자에게 WCIT-12에 관심을 두고 각국 정부의 행보를 눈여겨 보자고 주장했다. 통신을 다루는 국제기구인 ITU가 새 규정을 만드는 데 왜 인터넷 회사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해커조직이 반대한 것일까.



ITU가 비공개 회의로 인터넷을 검열하는 데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아 지도에 보여주는 웹페이지

이들은 주로 “정부 대표단으로 꾸려진 회의에서 그들끼리 논의해 인터넷을 통신 규제 대상으로 삼을지를 논의하고, 그 범위 또한 그들끼리만 이야기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라며 “이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ITU가 어떤 곳인지 살펴보자. ITU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1980년대 각국 정부가 모여 국제 전화 요금을 논의하던 기구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 때 ’82′를 쓰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화를 걸 때 ’1′을 누르는 국가번호를 비롯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걸 때는 전화 건 쪽이 요금을 내고 받는 쪽은 요금을 내지 않는 것과 같은 규정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그 내용을 담은 게 국제전기통신규칙이다. 이 규칙은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기 5년 전인 1988년 만들어졌으니, 당시 통신이란 단어에 인터넷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ITU는 국제전기통신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통신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통신이라는 단어가 전화보다는 인터넷에 더 널리 쓰이고, 전화기가 전화를 걸고 받는 기기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도구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회의가 열리기 전 설명한 자료를 보면 WCIT-12의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과금과 정산 관련 규정, 국제 통신 서비스의 이중 과세 방지, 국제 로밍, 번호 오용과 발신자 번호표시, 네트워크 및 정보 보호, 국제 인터넷 트래픽 관리, 국제통신규칙 운용 기관과 규제 범위, 전기 통신의 정의, 해상 전기 통신과 스팸 등이다.

12월14일, 2주에 걸친 회의를 끝내며 ITU는 새 국제전기통신규칙을 발표했다. 이 안은 144개국 중 89개국의 지지를 받았다. 89개국 가운데에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이라크, 이란 등이 포함됐다. 개정안을 거부한 50여개국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덴마크, 프랑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등이 있다. 공교롭게도 개정안을 찬성한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보장하지 않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 주를 이루고 반대하는 국가는 정반대로 알려진 곳이다.

새 국제전기통신규칙 보러 가기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가 연 WCIT-12의 새 규칙에 서명한 국가(녹색)와 서명하지 않은 국가. (☞크게 보려면 클릭)

방송통신위원회는 위 결과에 관해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등 20여개 국가는 인터넷 관련 이슈는 ITU에서 다뤄질 사항이 아님을 주장하면서 최종서명에 불참했다”라며 “WCIT-12 회의는 인터넷 이슈와 관련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입장차이로 ITRs 개정에 대한 회원국들간의 만장일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막을 내리는 아쉬움을 남겼다”라고 평가했다.방송통신위원회는 개정안에 찬성한 곳과 반대한 곳을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분류한 셈이다.

국내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표단을 이끌고 WCIT-12에 참석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통신 3사로 WCIT-12 대표단을 꾸렸다. WCIT-12이 국제전기통신규칙을 개정하고 인터넷 관련 문제도 거론할 계획인데 대표단을 정부기관과 통신사로만 꾸린 것이다.

ITU는 유엔 산하기구이다. 올해 개정된 국제전기통신규칙은 24년 전 정부 대표끼리 모여 만들어졌다. 24년이 지난 올해도 각국 정부가 주축이 된 대표단 2천명이 개정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국제전화 과금과 정산은 상업적 협정으로 해결하고 ▲경쟁을 통한 로밍 요금 인하 유도 ▲발신자 번호 전달 노력 ▲국제전기통신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인정하고 ▲회원국이 네트워크 보안 보장과 스팸방지에 적극 노력한다는 선언적 내용으로 조문을 개정・신설했다. 국제전기통신규칙의 규제를 받는 대상은 공인운영기관(ROA)에서 허가운영기관(AOA)으로 변경했다.

새 국제전기통신규칙은 ▲개도국 및 도서국들의 국제 광대역망 접속지원 ▲국제 긴급서비스 번호 통일 노력 ▲인터넷 성장 가능 환경조성 노력 ▲국제전기통신규칙의 정기적 개정 노력 ▲국제전기통신 트래픽 착신 및 교환의 정산 노력 등에 관한 5개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WCIT-12 모습(이미지: ITU 플리커, CC-BY)

새 국제전기통신규칙이 인터넷 사용과 서비스에 관한 자세한 규정을 담진 못했다. 허나 ITU가 회의를 마무리하며 배포한 자료에 정보통신기술이란 단어가 6번이나 언급한 게 눈에 띈다. ‘전화’만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번 회의에서 주요 의제였던 걸 짐작하게 한다.

음원 사용료를 정부가 정하던가. 음원의 사용료 징수규정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하지만, 그 과정에 저작권신탁단체와 음악 서비스 업체와 토론회와 공청회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가 웹하드 업체가 저작물을 서비스하는 걸 제한하며, 영상물 제작자쪽과 의견을 나눈다. 특정 산업에서 약속을 정할 땐 정부뿐 아니라 해당 사업자도 참가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ITU가 정보통신기술 즉, 인터넷을 어떻게 다룰지를 논의하는데 정부 대표단 외 실제 인터넷 사업자는 이 회의장에 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 생겨 국제전화 규정을 만든 기구가 오늘날 인터넷까지 관장하는 게 맞는지에 관한 논의도 각국 정부 대표단의 몫이었다.

당사자 없이 인터넷을 규제할지를 정했던 것, 그것만으로 ITU를 흘겨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당사자에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뿐 아니라 이용자 목소리도 담아야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이 의문을 품는 게 인터넷 이용자로서 당연한 것인지, 아니면 이에 관한 고민을 정부 몫이나 정부와 기업의 몫으로 돌려야 하는 것인지가 또 다른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길남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지금껏 민간 영역에서 자유롭게 발전시켜 온 인터넷이 이제 정부의 통제 안에 들어가게 됐다”라며 “인터넷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 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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