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한글 백일장' 입상한 한족 학생들 방한 유창한 한국말 뽐내
(흑룡강신문=하얼빈) "아름다운 한국의 건축양식을 배우고 싶어요." , "한국어가 쉽고 재미있어 계속 공부할래요."…
17일 오후 한국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1층 브리핑실. 세종학당재단을 방문한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학교의 한족 학생 9명(소학 4명, 중학 2명, 대학 3명)은 이교택 사무총장이 "한국어를 배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류훙메이(훈춘제5중 2년) 양이 "한국의 독특한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며 말을 꺼내자 봇물 터지듯 돌아가며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과시했다. 어법상 일부 오류가 있긴 해도 '유구한 역사', '선진 문물'등 쉽지 않은 어휘를 구사하기도 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백일장에서 입상한 조선족학교 한족재학생 9명이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일점'인 장밍젠(연길중앙소학교 5년) 군은 역사, 같은 학교 5년 한양 양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한국어 학습 동기로 꼽기도 했다. 황야팅(연길공원소학교 5년) 양은 문화, 천커옌(훈춘제1실험소학교 5년) 양은 노래, 장이웨(연길중앙소학교 6년) 양은 음식 등 관심사도 제각각으로 다양했다.
이 총장은 학생들에게 "한국어 공부에 더욱 정진해 한중 문화교류에 다리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훈민정음 서문 등이 인쇄된 한글 탁상달력을 선물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연변과학기술대(총장 김진경)가 주최한 '제7회 연변주 한족 백일장'에서 입상(금·은·동상)해 부상으로 한국 견학 기회를 얻었다. 14일 입국해 19일 출국하는 방문단 가운데 천커옌, 황야팅 양은 어머니가 조선족이다. 주최 측은 방문지를 중국 학생들이 좋아하는 롯데월드, 에버랜드, 남산타워, 고궁 등으로 정했다. 난타 공연을 관람하는 일정도 마련했다. 인솔자인 김석기 연변과기대 한국어과 교수는 "조선족학교에 다니는 한족 학생들에게 한글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해마다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한류 열풍 덕분에 몇 해 전부터 한족들의 조선족학교 입학이 급증하고 있다. 불완전한 집계에 따르면 연길 소재 조선족 소·중학교에 다니는 한족은 800여 명으로 조선족사회도 이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한족 백일장 참가자가 해마다 늘어 참가 대상을 동북 3성, 나아가 중국 전역으로 넓힐 계획"이라며 한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부탁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