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정치 > 한국
  • 작게
  • 원본
  • 크게

김종훈 “사퇴쇼? 아내가 울고 있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3.06일 08:28
미래창조장관 후보 사퇴前… 朴대통령과 주변에 토로 “가족들 파렴치한 취급받아”

“아내가 (미국으로) 돌아가자며 울고 있습니다. 정말 힘듭니다.”

4일 사퇴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3일 오후 자신의 사퇴 결심을 전하며 강하게 만류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밟혀 (미래부와 새 정부가) 힘을 받는다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며 “다른 좋은 사람이 와서 미래부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5일 김 전 후보자의 손위 처남인 정크리스토퍼영 회장이 운영하는 키스톤글로벌의 핵심 관계자 A 씨를 만나 김 전 후보자의 전격 사퇴 후 심경과 행적을 전해 들었다. 김 전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정 회장과 2, 3일에 한 번꼴로 만나 신변 문제를 상의했다. 사퇴 발표 직후에도 정 회장과 3시간 가까이 점심 식사를 하며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었다. A 씨는 이날을 포함해 대부분의 자리에 배석했다.

A 씨는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 깨질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후보자가 된 이후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후보자는 정 회장에게 여러 차례 “(각종 루머 때문에) 가족이 파렴치한 취급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의 발목잡기 공세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가족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괴로워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A 씨는 “사퇴 기자회견 직후 점심 식사 자리에서 김 전 후보자는 답답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해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은 2일 저녁이다. 하루 전에도 그는 밤늦게까지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과 창조경제 정책을 구상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일부 매체에 김 전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한 건물에 성매매 업소가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이 결정타였다. 이를 보고 충격받은 두 딸이 울면서 “이게 정말이냐”고 물은 것이다. 김 전 후보자는 “다른 업체에 관리를 맡겨 우리는 어떤 업소가 입주해 있는지 잘 모르는데도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성매매나 조장하는 나쁜 사람처럼 몰고 갔다”고 털어놨다.

▼ “이상하게 보고 뒷말 많고… 설 자리 없었다” ▼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딩. 이 건물 지하에 세 들어 있는 유흥업소 때문에 김 전 후보자와 가족은 ‘성매매 조장’ 논란에 시달렸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창업한 회사에 큰딸의 이름을 넣을 만큼 각별한 가족사랑을 과시했던 그로서는 이러한 논란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무엇 하러 이런 수모 겪으면서까지 한국에 있느냐. 그냥 돌아가자’고 수차례 설득했다”고 정 회장에게 말했다.

스파이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만약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중요한 일을 맡았다면 미국이 나를 놓아주려 했겠느냐”며 “설령 내가 고급 정보를 갖고 있었더라도 그 정보를 한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을 스파이로만 몰아갔다”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정부) 내부에서도 (나를) 이상하게 보는 눈이 있어서 힘들었다”며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자리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 수장이라고 불러 놓고는 말만 많고, 내 설 자리는 없는 것만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사퇴 하루 만에 美출국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미래부 업무를 놓고 여야가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외신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만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수년 동안 아이디어를 모아 뒀던 수첩들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들춰 보면서 ‘뭘 할까, 어떻게 해볼까’ 생각하느라 참 설렜는데, 이것도 전부 소용없게 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A 씨는 김 전 후보자가 장관직을 제안받은 뒤 미국 측으로부터 국적 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적포기세 등 세금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납부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돈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얘기도 했다. 국적이나 세금 문제 때문에 장관직을 포기했다는 사람들의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국내에 지인이 거의 없는 김 전 후보자의 유일한 상담 상대였다. 하루 10번가량 통화하며 상담할 정도로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그때마다 “한국 분위기가 미국과 좀 다르다. 예상치 못한 데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너무 신경 쓰거나 상심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김 전 후보자는 4일 정 회장을 만난 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처제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정 회장은 사퇴 발표 바로 다음 날 출국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말렸지만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워낙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후보자의 부인은 먼저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자는 정 회장에게 “당분간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서) 다른 일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연구소에서 ‘일이 잘 안 풀리면 돌아오라’고 했지만 그쪽에도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사퇴를 ‘쇼’라고 해석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쇼할 만큼의 여유도 없다. 나중에 책을 남긴다면 이번 사퇴를 ‘정치적 쇼’라고 보는 시선에 대한 억울함을 꼭 밝히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허락한 A 씨는 기자에게 “김 전 후보자와 나눈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며 “김 전 후보자에 관한 의혹들을 꼭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창규·김용석 기자 kyu@donga.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33%
10대 0%
20대 33%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67%
10대 0%
20대 33%
30대 33%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영원한 '오빠', 그리고 '가황' 나훈아가 가수 생활 은퇴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컴벤션시아에서 나훈아는 데뷔 58년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독 공연을 펼쳤다. 그는 이날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후 3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도리조선족학교 초중부 김가영, 소학부 하의연 학생 특등상 아성조중 두사기, 오상시조선족실험소학교 강봉혁 학생 1등상 2025년 제9차동계아시안게임과 할빈빙설문화의 풍채 및 2024년 세계독서의 날을 맞아 최근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 할빈시교육연구원민족교연부,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현대의학은 단일 질병에서 동반 질환으로, 질병에 대한 관심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즉각적 효과에서 장기적 효과로, 개체에서 단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의료 업무는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더 나아가 '사람과 인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지난 21일 하북성 석가장시 정정(正定)현의 한 야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드론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정부가 로동절(5월 1일) 련휴를 앞두고 소비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아동(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상무부 정례브리핑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