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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격노하게 만든 김종훈 사퇴, 진짜 이유

[기타] | 발행시간: 2013.03.05일 00:52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참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이지만 한번 열심히 하려고 마음먹고 왔다.”(2월 18일, 중앙일보 기자에게) “조국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3월 4일, 기자회견에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자진 사퇴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박근혜 정부 각료 후보들 가운데 두 번째 중도하차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조각(組閣)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던 인사다. 그런 김 후보자의 태도가 보름 만에 이렇게 달라졌다. 그는 ‘조국의 미래’를 위해 일하려던 꿈이 산산조각난 이유로 민주통합당의 발목잡기를 지목했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사퇴 이유의 전부라고 보기는 석연찮다는 평이 많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나 “국적포기세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야 한다면 다 내겠다. 미국 서류 준비도 거의 다 끝나간다”고까지 했었다. 미국은 2008년부터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국적을 포기하면 국적포기세를 물린다. 최근 5년간 평균 소득세 납부액이 15만1000달러(약 1억6500만원) 이상이거나 순자산액 200만 달러(약 21억8600만원) 이상 소유자가 대상이다. 재산이 수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가 내야 할 돈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그런 큰돈을 내고라도 미 국적을 포기하고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던 김 후보자의 돌연한 사퇴였기 때문이다. 그의 진짜 사퇴 배경을 놓곤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식 검증’ 부담=김 후보자가 주변에 장관 후보직을 그만둘 뜻을 밝힌 건 2일께부터였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의 한 관계자는 “주말부터 사퇴에 대한 움직임이 감지됐고, 청와대에서 만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퇴를 결심한 배경은 복합적으로 보인다. 청와대 인사들이나 그의 지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김 후보자의 ‘부적응’을 사퇴 이유로 꼽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인 명의의 강남 청담동 빌딩 지하에 유흥주점이 들어서 있는 문제 등이 제기되자 가족들이 몹시 힘들어 하는 걸 보고 김 후보자가 사퇴 결심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 후보자가 뉴스의 초점이 되면서 인터넷에는 김 후보자가 뉴저지의 룸살롱에 자주 출입했다거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원정도박을 자주 벌였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급속히 확산됐다.

 한 측근은 “김 후보자는 생각과 행동이 아직 미국식”이라며 “굳은 결심을 하고 한국에 왔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내가 이런 문화에서 이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건가’ 등의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그런 결론을 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중국적 논란과 부인 소유 청담동 건물의 유흥주점 영업 의혹, 외환위기 직후 일가의 부동산 투자 정황까지 나오면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였다”며 “여야의 대치 국면을 본인의 출구전략으로 이용하는 듯해서 씁쓸하다”고 주장했다.

 ◆제3의 이유?=김 후보자는 2007~2011년까지 미국중앙정보국(CIA) 외부자문위원회의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민주당은 이런 전력이 문제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 당직자는 “CIA에서 비밀접근이 가능했던 사람인데,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해도 미국이 안 해줬을 것”이라며 “김 후보자의 결심에 어떻게든 그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인사는 “CIA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게 문제가 됐을 것이라면 장관직을 아예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적을 포기할 거냐”는 물음엔 답하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국내에서 기업활동이나 정치활동을 계속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답 대신 강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국내 활동을 접겠다는 뜻이었다. 김 후보자는 5일 오전 10시 대한항공 편으로 워싱턴으로 출국한다.

 ◆사의 표명 후 강경해진 박 대통령=김 후보자의 뜻은 박 대통령에게 3일 이전에 전달됐다. 박 대통령은 사퇴 소식에 격노했다고 한다. 그 후 박 대통령의 야당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졌다. 3일 오후 2시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했던 박 대통령은 회동 당일 오전 9시 김행 대변인을 통해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5일까지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이 여야 대표 회동을 거부하자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청문회 준비팀에 파견돼 있던 교과부 출신 인사는 “일요일(3일)까지 김 후보자가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일할 만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는데 오늘(4일)은 보고하려고 집무실에서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사퇴 소식을 들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김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KAIST 장순흥 교수도 “3월 1일까지 김 후보자가 창조경제를 공부하고 있었다”면서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김 후보자는) 삼고초려를 해서 모시고 온 분”이라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에선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특보로 임명해 붙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중앙일보 강태화·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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