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장관 후보자 사퇴를 밝히며 눈을 감은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가 어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 무산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김 후보자는 “저는 미국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고 미국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왔다”면서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길을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박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에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한국은 과학과 ICT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서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미래를 열 수 있다. 저는 그 비전에 공감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설득에 감명 받아 동참하고자 했다”고 장관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는 움직이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 싼 정부조직법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며 “제가 조국을 위해 바치려고 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는 마지막으로 한국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이 꿈꾸는 창조경제가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와 국민 여러분이 힘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전예고 없이 시작돼 3분만에 끝난 기자회견, 아무도 내용은 몰라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 예고 없이 갑작스레 진행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국회 정론관에 들어선 김 후보자는 3분여간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질문은요'라는 기자들의 외침에 일절의 응답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만 흔들어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만 밝혔을 뿐 ‘사퇴'라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김 후보자였기에 그에게서 정확한 답을 들으려는 기자들의 추격이 시작됐다.
자신을 둘러싼 기자들에게서 “사퇴하시는건가요?”, “정확한 입장을 밝혀 주세요”라는 질문이 수차례 던져지자 김 후보자는 그제서야 “예”라고 짧게 대답, 사퇴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는 “국내에서 기업활동이나 정치활동을 계속 하실 계획인가”라는 질문에도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이면서 이후 국내활동 계획은 없음을 표시했다.
이후 정론관에서 국회를 빠져나가 준비된 차량에 오르기까지 걸린 4분여간의 시간동안 “박 대통령에게 연락을 하셨나”, “새누리당 지도부와 상의된 내용인가”, “미국으로 바로 돌아가는가” 등 수많은 질문에도 김 후보자는 일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회견 내용을 알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기자회견을 예약해달라고 연락이 왔을 뿐 자세한 회견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표시했다.[데일리안 = 조소영 기자 / 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