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얼짱 시인’ 소문난 오주리-주하림-이혜미 씨의 ‘시인으로 사는 법’

[기타] | 발행시간: 2013.04.03일 03:16

“1년 고료 50만원… 시인이란 가장 非자본 논리로 사는 사람”

[동아일보]

《 오주리 시인(38)은 지난 한 해 오로지 시 창작에만 집중했다. 철마다 문예지에 원고를 보낸 그가 1년 동안 고료로 받은 돈은 50만 원 남짓. “고료 대신 무료 정기구독을 권하는 경우도 있어요. 결국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죠”라며 웃었다. 이혜미 시인(25)은 “저도 등단 이후 2년간 고료 대신 정기구독한 적이 많았다”며 거들었다. 주하림 시인(27)도 끼어들었다. “저는 (돈) 없으면 쌀이라도 보내라고 그랬어요. 원고를 주면 고료를 줘야죠. 시 한 편에 3만 원도 받고, 10만 원도 받는데 저는 딱 금액만큼 좋은 시를 보내요.” 돌발 발언에 시인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

시인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다. 재판 찍는 시집이 드물고, 고료를 안 주는 문예지도 많다. 시만 써서는 1년에 100만 원 벌기도 힘든 현실이다. 주 시인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가장 비자본적인 논리로 살아간다”고 했다.

시인들의 삶이 궁금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교동에서 이혜미 주하림 오주리 시인을 만났다. 이 시인은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주 시인은 2009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오 시인은 201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을 냈거나 준비 중인 이들은 계간 ‘문학의 오늘’ 봄호에서 ‘기대되는 젊은 시인’으로 나란히 조명됐다. 작품성뿐 아니라 빼어난 미모로 시단에서 회자되는 시인들이기도 하다. 발언들은 봄볕처럼 밝고 유쾌했다.

이들은 등단도 어렵지만, 첫 시집을 내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한다.

주 시인은 지난달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창비)을 펴냈다. 출판 뒤 처음 든 생각은 “방이 많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시집을 내면 지인들에게 책을 돌리기 위해 보통 100, 200권 사서 쌓아두기 때문.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혼자 보던 시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거니 걱정이 앞섰죠.”

그래도 첫 시집은 각별하다. 주 시인은 한 대형 서점에 갔다가 이성복과 기형도 시인의 책 사이에 자신의 시집이 전시돼 있는 것을 봤다. “‘우성복, 좌형도’라니 정말 감동했어요. 제가 동경하는 분들을 거느리다니. 하하.”

2011년 첫 시집 ‘보라의 바깥’(창비)을 펴낸 이 시인은 어땠을까. “왜 엄마가 애 낳고 나서 제일 먼저 손가락, 발가락 확인하잖아요. 저는 시집 나오자마자 오탈자부터 살폈어요. 호호. 문예지에 발표하면 시가 사라져버린다는 느낌이었는데 시집은 그렇지 않아 좋았죠.”

오 시인은 수험생 같은 처지다. 한 출판사에 60편 정도의 시 원고를 넘기고 첫 시집 출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란 말로 거절 통보를 해와요. 이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설과 달리 시집은 보통 여러 작가를 소개하는 시인선(詩人選)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출간된다. 고정된 디자인 틀이 있어 본인만의 개성을 갖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젊은 시인들은 책날개에 들어가는 시인 사진에 신경을 쓴다.

덥수룩한 머리와 꾀죄죄한 얼굴, 심지어 담배나 술잔을 들고 찍던 일부 선배들과 달리 이들의 프로필 사진은 아이돌 그룹이나 모델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아이돌’ ‘여신’이란 호칭도 붙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외형만 보면 불편해요. 시랑, 시인이랑 동일시하는 것도 우매한 일이죠. ‘시도 야하게 쓰는데 옷도 야하게 입네’란 말을 들으면 그냥 ‘바보구나’ 하고 넘겨요.”(주 시인) “조그만 문단에서 예쁘냐, 아니냐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웃긴 것 같아요.”(이 시인)

창작의 고통과 생활의 빈곤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시인의 삶. 이들은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까.

“(시 때문에) 삶을 망칠까 봐 두려울 때는 있어요. 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인데 이런 개념이 없으니…. 생각이 많아요.”(주 시인)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서 한길만 걸어왔죠. 저는 시가 저와 같이 가는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이 시인)

오 시인은 집안 얘기를 꺼냈다. “큰아버지가 사상범(남로당원)이었어요. 연좌제는 사라졌다지만 아직 세상에 대한 불편과 두려움이 있죠. 제게는 시 쓰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와 인류 전반에 대한 자유와 억압에 관한 시를 꾸준히 쓰고 싶어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0%
10대 0%
20대 20%
30대 20%
40대 0%
50대 0%
60대 20%
70대 0%
여성 40%
10대 0%
20대 0%
30대 20%
40대 0%
50대 0%
60대 2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3배 늘었다고 알려져 있는 개통령 '강형욱'의 회사 '보듬컴퍼니'의 잡플래닛 기업리뷰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보듬컴퍼니의 전 직원들이 남긴 회사 리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연길신화서점도 도서교역박람회 분위기 물씬

연길신화서점도 도서교역박람회 분위기 물씬

-독서가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끈다 5월 17일,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가 장춘국제회의전시쎈터에서 정식으로 개막된 가운데 당일 9시부터 연길시신화서점에서도 다양한 계렬 행사들이 펼쳐졌다. ‘길지에서 만나서 책 향기를 공유하자’(相约吉地 共沐书香)를 주제

김광룡 작사 가요 콘서트 연길에서

김광룡 작사 가요 콘서트 연길에서

5월16일 김광룡 작사 가요 콘서트가 연길시 황관혼례청 7층홀에서 펼쳐진 가운데 연변가사협회 회장 김광룡이 창작한 생활적인 분위기가 다분한 가요들이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연변가사협회 회장인 김광룡은 20여년전부터 가사창작에 정진해오면서 150여수에 달하는

중화독서보가 추천한 따끈따끈 좋은 책들

중화독서보가 추천한 따끈따끈 좋은 책들

독서광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와 워런버핏의 재미나는 일화가 있다. 강연장에서 한 학생이 이들에게 “만약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빌 게이츠는 여기서 “책을 빨리 읽는 능력”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그리고 그 말에 워런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