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을 비관해 투신자살한 남편의 장례비용 등을 걱정하던 50대 주부가 남편의 장례식 발인을 앞두고 남편과 같은 장소에서 투신자살했다.
2일 오전 5시20분쯤 경북 경산의 한 임대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 13층에 사는 ㄱ씨(53)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들(17·고2)이 발견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29일 오후 3시20분쯤 이 아파트 출입문 계단에서 ㄱ씨의 남편 ㄴ씨(57)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ㄴ씨는 20여년 전 폐결핵을 앓아 한쪽 폐를 절개했으며 이후 공황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ㄴ씨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무섭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ㄴ씨가 신병 등으로 근로 능력이 없어 평소 자주 “죽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는 가족의 말에 따라 신병과 처지를 비관해 자신이 사는 아파트 1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아내 ㄱ씨도 정신질환 등으로 근로 능력이 없어 이들 가족은 10여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120여만원의 생계 및 주거 급여와 장애연금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경찰에서 “엄마가 이 날 오전 3시30분쯤 장례비용을 마련해오겠다며 병원 장례식장을 나간 뒤 소식이 없어 오전 5시3분쯤 전화했더니 엄마가 ‘나도 죽으러 집에 왔다’고 해 급히 집으로 달려갔더니 아파트 화단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남편 ㄴ씨의 장례식 발인은 이 날 오전 5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장례식장 비용은 상조 이용료 등을 포함해 500여만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ㄱ씨가 평상시에도 생활고로 힘들어하다 남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데다 장례비용까지 걱정해야 하는 등 생활고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처지를 비관, 남편과 같은 장소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최슬기 기자 skchoi@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