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없는 대학교 축제는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외국어대는 지난해 9월 건전한 축제문화를 만들고 주점 행사로 인한 소음피해를 줄인다며 술 없는 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지난 가을 축제기간 중 주점을 연 동아리 회장을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이번 봄 축제 때도 주점 운영을 불허했다.
그러나 대학 축제기간인 14일 방문한 한국외대의 학내 곳곳에서는 술을 마시는 학생들, 부스를 만들어놓고 일회용 포장 용기에 술을 담아 판매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측이 각 학과와 동아리들이 주최하는 주점은 막았지만 학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술 없는 축제’는 물 건너 간 셈이다.
밤이 깊어지자 음주를 하는 학생 수는 더욱 늘었다. 오후 10시쯤 일회용 잔에 담긴 술을 마시며 공연을 즐기는 학생들이 많았다. 차를 마시면서 음악 공연을 듣는 한 단과대 행사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외부 편의점과 술 판매 부스에서 사온 술을 계단에 앉아 마시며 관람하고 있었다. 학내에서 테이블을 만들고 술과 안주를 파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사온 술과 음식을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 대형마트 카트에 가득 실린 중국맥주가 학생회관 쪽으로 배달되는 모습도 보였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소주가 섞여있는 칵테일, 과일이 섞인 맥주, 캔 맥주와 와인 등을 포장해 팔기도 했다. 안주거리인 치킨이나 소시지 등도 많이 팔려나갔다. 외부 술집을 빌려 일일호프 형식으로 주점을 진행한 학과도 있었다. 한 동아리는 학내에 ‘외부 장소를 빌려 술을 판매하고 춤도 출 수 있는 클럽을 운영한다’는 포스터를 붙여 홍보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술 없는 축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중국학부에 재학 중인 강모(19·여)씨는 “주점을 통해 선후배간에 친해지는 계기가 마련되는데 주점이 열리지 않아 아쉽다”며 “학내에서 술을 마시는 건 다 허용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술 없는 축제 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플레이 같다”고 했다. 교육학과 서모(22·여)씨는 “주점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며 “누가 더 사람을 많이 불러오나, 어느 주점이 돈을 더 많이 버나 등 경쟁하는 분위기였는데 일단 그런 거라도 없어져서 좋다”고 했다.
김미나 문동성 기자 mina@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