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간첩이 했다고 민주주의 역사를 왜곡하는 방송에 어떻게 출연하겠나. 우리가 출연하면 또 얼마나 지탄을 받겠느냐.”
민주당 재선 의원은 20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실체가 된 만큼 이를 인정하고 잘 협조해 보자고 해서 출연했는데 자존심이 상해 당분간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격앙된 목소리였다. 요즘 이렇게 말하는 야당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이 종편에 잔뜩 화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앞두고 ‘북한군 5·18 개입설’을 방영한 TV조선과 채널A 때문이다.
지난 13일 TV조선의 첫 방송 후 15일 채널A까지 가세하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민주당은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18일을 거치면서는 비판성명이 봇물 터지듯 잇따르고 있다. ‘사건’ 발생 1주일이 된 이날 당 지도부회의에선 “종편 출연 재고”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정신을 훼손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기도에 대해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엄중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적, 정치적, 행정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TV조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역사왜곡을 사과하지 않는다면 다시 TV조선 출연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웅래 최민희 홍영표 홍종학 의원은 TV조선, 채널A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며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5·18 민주화운동 왜곡 대책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이쯤 되면 TV조선, 채널A을 향해 민주당이 전방위 압박에 나선 셈이다.
2008년 말 미디어법 강행 통과에 반발해 종편 출연금지 당론을 정했던 민주당은 지난달 초 5년 만에 출연 금지 빗장을 해제했다. 하지만 한달 남짓 만에 종편과 다시 틀어진 형국이다. 당내 상황도 덩달아 묘해졌다. 종편 출연금지가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며 출연을 부추긴 당시 비주류 의원들도 당혹해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