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북한 나선특별시의 한 상점에서 상품을 위안화로 거래한 후, 테이블에 모아 뒀다.
중국 언론이 북한 주민들이 자국 화폐보다 위안화, 달러 등 외화를 더 많이 쓴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新华)통신은 북한 특파원, 현지 주민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이 일상생활 용품을 구입할 때 원화(북한 화폐)로 결제하는 것이 불편해 모두 일정한 액수의 달러, 위안화, 유로화 등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며 "위안화는 특히 생활 필수품이 됐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북한 주민들의 외화 선호 현상은 지난 2009년 11월 제5차 화폐개혁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꾀하기 위해 당시 구권 100원(현금)을 신권 1원으로 바꾸면서 교환 가능한 구권의 양을 제한했다.
이같은 조치로 주민들은 자신이 가진 돈을 신규 화폐로 교환하지 못해 원화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으며 높은 물가를 잡기는 커녕 통화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됐다.
신화통신 두바이위(杜白羽) 특파원은 "북한 은행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130원이지만 화폐개혁 이후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은 1달러당 7천320원, 위안화는 1위안당 1천2백원"이라며 "환율이 5~60배나 차이가 나 극소수의 주민만 북한 관영 금융기구에서 외환을 원화로 바꾼다"고 전했다. 북한 원화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신화사 평양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한 지신룽(姬新龙) 역시 "북한 원화로는 살 수 있는 게 제한돼 있다보니 주민들은 위안화 또는 달러로 결제하고 있으며 대부분 상점에서도 물건값을 외화로 표시하고 있다"며 "외화는 현재 북한 경제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 정부도 외화의 유통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정부가 현재 외화 유통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막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에 외환이 없으면 경제 운영이 멈출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로이터통신은 다수의 탈북자들 증언과 북한 경제 전문가들 분석을 통해 북한 내 은밀한 외화 유통이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규모는 215억달러(24조155억원)이고 이 중 외화 유통량은 20억달러(2조2천340억원)로 추산된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