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정치 > 조선
  • 작게
  • 원본
  • 크게

사선을 넘는 아이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5.30일 03:11

배곯는 北어린이, 南보다 19cm 작아… ‘다른 인종’ 우려

[동아일보]

《 북한을 탈출한 15∼23세 꽃제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됐다가 곧바로 강제 북송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부모 없는 고아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일까. 이들은 라오스 이민국의 조사 과정에서 “북한에서 배고파 죽느니, 죽을 각오로 한국에 가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대표적 취약계층인 어린이 및 영유아, 임산부 등의 참담한 현실을 진단하는 상하 시리즈를 마련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 7대 다짐 중 하나인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를 실천하려는 의지도 담았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다. 》

2012년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13세 유진이(가명)는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콩나물을 팔았다. 2006년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간 엄마의 소식이 끊긴 후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늘 배가 고팠다. 하루 세 끼를 먹은 날이 기억에 없다. 한두 끼도 불린 국수나 강냉이밥으로 때운 적이 많다. 아예 끼니를 거르는 날도 적지 않았다. 사흘을 내리 굶어 힘없이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다. 팔고 있던 생콩나물을 씹어보기도 했다. 장마당에서 파는 ‘인조고기밥’은 그저 쳐다만 봤다. 콩을 고기처럼 갈아 넣고 만든 인조고기밥은 유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진이는 지난해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먼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8번째 시도 만에 탈북 브로커를 통해 딸을 북한에서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진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 “인조고기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 김정은보다 무서운 굶주림

북한의 식량 사정은 2012년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 이후 나빠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약 50만 t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2월 이를 65만7000t으로 늘려 잡았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경우 280만 명의 주민이 끼니를 거르는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대북사업 평가보고서도 올해 1분기(1∼3월) 조사대상 북한 가정(87개)의 80%가 영양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북한의 영유아를 비롯한 취약계층은 이런 식량부족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올해 3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WFP 등이 공동 발표한 북한식량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북한 어린이의 27.9%인 47만5868명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중 8.4%는 심각한 상태였다.

엄마와 함께 탈북한 후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에 다니는 5세 박재원(가명) 군은 입학 초기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굴러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허기진 생활에 익숙해 있던 박 군이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뒤 장에 탈이 난 것. 이 학교를 운영하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소화 문제가 자주 생기고 병원에서 관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시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린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8세 김진혁 군의 경우 최근 건강검진에서 결핵 판정을 받았다. 과거 장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험한 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 이대로 가면 ‘같은 민족, 다른 인종’의 비극 온다

영양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진이(13)의 체구는 남한 어린이 9, 10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래 평균(156cm)보다 키가 무려 30cm가량 작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만 11세 남자 어린이 평균 키는 144cm, 몸무게는 39kg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에 머물렀다. 남북의 키 차이가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에 이른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5대 기본 영양소나 비타민과 철분 요오드 같은 미량원소가 부족하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은 물론이고 인지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 및 이에 따른 발달 격차가 장기화되면 사실상 인종이 바뀐다고 느낄 만큼 심각한 편차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생유전학(epigenetics)’ 혹은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는 “(분단 이후) 60여 년밖에 안 흘렀기 때문에 남북 간에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양상태의 차이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발현이 더 잘되고 안 되고 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동아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4%
10대 4%
20대 20%
30대 28%
40대 4%
50대 8%
60대 0%
70대 0%
여성 36%
10대 0%
20대 24%
30대 8%
40대 0%
50대 4%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1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눈물이 나서 더 이상 내리 읽을수가 없습니다.......
하느님 제발 저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해 주십시요~.....
답글 (0)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4월 29일, 기자가 중국철도할빈국그룹유한회사(이하 '할빈철도'로 략칭)에서 입수한데 따르면 '5.1' 련휴 철도 운수기한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합 8일이다. 할빈철도는 이사이 연 301만명의 려객을 수송하고 일평균 37만 6000명의 려객을 수송해 동기대비 3.2%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공개하자마자 좋아요 1만 개” 임영웅, 상암콘서트 포스터 공개

“공개하자마자 좋아요 1만 개” 임영웅, 상암콘서트 포스터 공개

가수 임영웅(32) 이달 말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 임영웅(32)이 상암콘서트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임영웅의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지난 5월 1일(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임영웅의 상암콘서트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원, 정호철 커플 결혼식서 생애 첫 주례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원, 정호철 커플 결혼식서 생애 첫 주례

배우 하지원(45) 배우 하지원(45)이 코미디언 커플인 정호철(36), 이혜지(31) 커플의 결혼식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주례를 맡았던 사연을 공개했다. 하지원은 지난 5월 1일(수) 오후 8시 10분에 처음으로 방송된 채널A의 새 프로그램 ‘인간적으로’에 첫 게스트로 출연했

"임영웅 효과" 정관장, 광고모델 바꾸자마자 멤버십 2만명 신규 대박

"임영웅 효과" 정관장, 광고모델 바꾸자마자 멤버십 2만명 신규 대박

정관장 "8일 만에 멤버십 신규가입 2만명…임영웅 효과"[연합뉴스] KGC인삼공사는 가정의 달 프로모션 시작일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8일간 정관장 멤버십에 새로 가입한 멤버스 고객이 2만명을 넘었다고 2일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작년 가정의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