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자동차가 일취월장이다. 이제 고급 차종 시장까지 넘볼 기세다. 중국의 토종 자동차 업체가 아우디ㆍBMW 등 외국산 명차들이 겨루는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허례허식 근절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을 이끄는 고위급 관료들이 외국산 차 대신 중국산 차를 선호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이치(一汽)자동차 그룹은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최고급 승용차인 홍치(紅旗) H7을 팔기 시작했다. ‘홍치’는 이치 자동차 그룹이 만드는 자동차 중에 가장 좋은 브랜드다. 가격이 4만9000달러(약 5500만원)에 달한다. 왠만한 한국 고급세단보다 비싸다. 대신 외국산 차에서 운전석에 마사지 시트를 올리고,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보스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등 가격에 걸맞는 사양을 갖추려고 했다. 타겟도 고위 공무원들과 부유한 사업가로 잡았다. 이들은 지금껏 주로 아우디나 벤츠, BMW 등 독일산 차를 선호했다. 다양한 기능과 높은 사양으로 고급차 시장에서 독일 차들과 어깨를 견주겠다는 얘기다.
이치 자동차는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이 차를 발표하면서 "홍치 H7에 중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걸렸다"며 "사활을 걸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산 차들은 그동안 자국 고급차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LMC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3만2600달러(약 3700만원) 이상 고급 차량 가운데 중국산 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아직 중국산 자동차 제조업체가 고급차 시장에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년 12월 시진핑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 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행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고 허례허식을 없애는 것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관용차로도 아우디 등 외산 차 대신 중국산 차를 권장한다.
WSJ는 “중국 내 고급차 시장에서 관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라며 “중국 정부가 관용차를 중국산으로 쓰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토종 자동차기업들이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홍치는 이미 지난 3월 지린(吉林)성 정부로부터 첫 주문을 받았다. 이치자동차의 쉬셴핑(許憲平) 총경리는 “지린성 외에도 이미 10여개 성들과 중앙부서가 대거 ‘훙치 H7’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com]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