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고성방가…캠핑장의 `잠못 이루는 밤‘>
단체 캠핑객 사절 캠핑장 늘어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힐링하러 캠핑 갔다가 한숨도 못잤다. 힐링은커녕 스트레스만 받고 왔습니다.”
서울 흑석동에 사는 김모(36) 씨는 지난 주말 경기도 가평의 한 캠핑장을 찾았다 옆자리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떠드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회사 MT를 왔는지 저녁부터 “부어라, 마셔라”를 외치더니 회사 경영진 뒷담화와 회사 내부 이야기를 끊임없이 큰 소리로 쏟아냈다.
하지만 `극소심 A형’인 김 씨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텐트에 누워 새벽까지 잠을 청하느라 뒤척여야 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아이들도 문제다.
지난 주말 초보 캠퍼 손모(42) 씨가 충북 충주의 한 캠핑장을 찾았다가 한밤중까지 뛰며 자신의 캠핑 사이트까지 뛰어든 아이들 때문에 옆자리 부모와 가벼운 언쟁을 벌였다.
손 씨는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부모에게 한마디 했다가 마음만 불편해졌다.
이처럼 최근 캠핑 인구가 급증하면서 밤에도 음주와 고성방가를 일삼는 사례가 잦아 주변에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단체로 캠핑하는 `떼캠‘족이 증가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예 단체 캠핑족을 받지 않는 캠핑장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 영흥도의 H 캠핑장은 두 가족 이상의 손님은 받지 않고 있다. 두 가족 이상만 돼도 소음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캠핑장은 예약 사이트 전면에 큰 글자로 “과도한 음주와 고성방가, 소란행위가 캠핑의 목적이라면 서둘러 다른 곳을 검색해 보라”며 “본인의 캠핑이 중요하듯 이웃의 힐링도 중요하다”고 내걸고 있다.
이 캠핑장은 오후 9시 이후에 모든 차량 운행이 통제가 된다.
경북 청송의 청송오토캠핑장도 단체캠핑객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캠핑장 관계자는 “가족 위주의 캠핑족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체 캠핑족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조만간 밤 10시 이후에 자동차도 출입할 수 없게 하는 등 사생활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자연학교 캠핑장도 일부 산학협력 학교 학생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단체는 받지 않고 있다. 경기도 캠핑장은 단체 캠핑족을 받지 않는다는 공고문을 카페 게시판에 내걸었다.
어떻게 하면 이처럼 매너없는 캠핑족들을 피할 수 있을까.
우선 캠핑장 예약을 하기 전에 단체 캠핑족들이 예약을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캠핑장에서 떠드는 사람이 있으면 과감히 관리인에게 지적해야 한다. 정당한 요금을 내고 캠핑장을 이용하는 만큼 캠핑장에서 쾌적하게 지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도저도 안되면 가급적 옮기기 쉬운 장비 차림으로 있다 과감하게 자리를 옮겨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캠핑홀리데이 유광선 본부장은 “최근의 캠핑인구의 급증으로 야외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초심자들이 예의 없이 떠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으로 캠핑 문화가 정착되면 타인에 대한 배려 분위기도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