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있지만, 있어야 할 곳에 돈이 없는 상황"-신화통신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중국이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자금이 엉뚱한 곳에 흘러가 있어 최근 신용경색에 놓이게 됐다고 신화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중국의 신용경색이 타개될지에 대해서는 전망들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주 중국의 금융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은행간 유동성 거래 지표로 이용되고 있는 7일물 리포금리는 전주에 비해 28% 가량 올래 20일에는 11.6%로 올랐다. 이같은 배경에는 시중에 대형은행이 파산했다는 소문들이 돌았던데다, 공상은행의 자동 입출금기가 1시간 가량 작동을 멈추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리포금리는 21일 인민은행이 시중은행 한 곳에 유동성이 공급됐다는 소식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 금융시장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 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단기 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신용경색은 투기와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비은행권 대출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신용경색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신화통신의 논평이 종종 중국 정부의 정책을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신은 올해 들어 1월부터 5월까지 넓은 의미의 통화(M2)가 전년에 비해 15.8% 늘었고 신규 대출 역시 높은 상황에서 은행과 주식시장,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경우 자산관리투자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낼 기회를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이 대조되는 모습을 봤을 때 겉보기에는 심각한 '신용경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보도를 두고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WSJ는 이 보도를 두고서 중국 정부가 신용 경색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했다. 반면 FT는 중국이 그림자 금융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일 뿐 유동성 부족 문제에 아니라고 설명함으로써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2·4분기 보고서를 통해 실물 결제 및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지원하기 위한 통화관리 정책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의 신용경색 문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서 WSJ는 인민은행이 중국 금융 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인 비용을 치르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경제 위기 동안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에 의지하면서 은행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신용 비율은 5년 사이에 120%에서 200%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