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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MLB] '탈출의 귀재' 류현진은 클러치 투수일까

[기타] | 발행시간: 2013.06.29일 06:03

마술 같은 탈출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 류현진 ⓒ 순(純)스포츠

2005년 9월 보스턴 레드삭스는 데이빗 오티스에게 한 크리스탈 상패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상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클러치 히터' (the greatest clutch-hitter in the history of the Boston Red Sox)

감히 테드 윌리엄스에게 불경을 저지를 만큼, 당시 오티스의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 클러치 히터의 존재를 가장 앞장서서 부정했던 빌 제임스로 하여금,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도록 만들 정도였다(제임스는 당시 보스턴의 구단 고문을 맡고 있었다).

2004년 오티스는 포스트시즌에서 한 해 두 개의 끝내기 홈런(DS 3차전, CS 4차전)을 날린 최초의 선수가 됐다(통산 두 개는 버니 윌리엄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또한 팀이 4연패 탈락의 위기에 몰렸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4차전에서 12회말 끝내기 홈런, 5차전에서 14회말 끝내기 안타를 거푸 날림으로써, 미 4대 프로스포츠의 포스트시즌 역사상 전무후무한 '3연패 후 4연승'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오티스는 짐 토미, 미키 맨틀과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은 13개의 끝내기 홈런을 날린 선수이며(정규시즌은 토미 13개, 맨틀 12개, 오티스 11개), 홈런이 포함된 통산 끝내기 안타의 숫자는 무려 22개에 달한다.

제임스가 클러치 히터의 존재를 부정한 이유는, 특출난 클러치 능력을 커리어 내내 유지한 선수가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일시적으로는 엄청난 성적을 만들어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본인의 전체 성적에 수렴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팬들은 자신이 한 번 클러치 히터로 찍어 놓은 선수가 한 방을 날리면 '역시 그렇지'라고 하면서, 그 선수가 놓친 무수한 찬스들은 기억하지 못한다(김형준의 저주도 같은 원리가 아닐까).

그렇다면 제임스를 잠시 흔들리게 만든 오티스는 과연 '평균 수렴의 법칙'을 극복해 냈을까. 보스턴에 입단한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4년간, 오티스는 Late & Close 상황(7회 이후 1점을 앞서고 있거나, 동점이거나, 또는 대기 타석의 타자가 동점주자가 될 수 있는 경우)에서 타율 .322 출루율 .418 장타율 .733라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기록했다(같은 기간 전체 성적 .294 .391 .609). 그 상황에서 오티스가 친 99개의 안타 중 33개가 홈런이었으며, 307타수 102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타점 생산력을 선보였다.

오티스의 2003-2006 연도별 L&C 성적

2003 : .306 .390 .681

2004 : .324 .380 .634

2005 : .346 .447 .846

2006 : .314 .443 .756

그러나 지속 기간이 단지 남들보다 좀더 길었을 뿐, 오티스의 클러치 능력 또한 이후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마치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의 권능을 부여 받은 짐 캐리라도 되는 양,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4년 사이에 15개의 끝내기 안타를 신나게 몰아쳤던 오티스는, 2007년부터 클러치 능력이 갑자기 실종되기 시작했고(2007년 전체 .332 .445 .621, L&C .263 .371 .395) 이후 7년간 4개를 추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리고 오티스의 커리어에는 '금지 약물'이라는 거대한 물음표가 생겨버렸다.

오티스  [통산] .286 .381 .550 [L&C] .264 .376 .512

푸홀스  [통산] .322 .411 .601 [L&C] .306 .439 .563

이치로  [통산] .321 .364 .418 [L&C] .315 .384 .396

에이로드 [통산] .300 .384 .560 [L&C] .272 .372 .523

그렇다면 실점 위기의 상황에서 보통의 투수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클러치 투수'는 존재할까. 흔히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투수>라는 말이 있다. 바로 류현진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류현진  [WHIP] 1.22 [ERA] 2.85

홀랜드  [WHIP] 1.22 [ERA] 3.14

카일로시 [WHIP] 1.22 [ERA] 3.69

사바시아 [WHIP] 1.22 [ERA] 4.09

헬릭슨  [WHIP] 1.22 [ERA] 5.11

물론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낮출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 펠릭스, 에르난데스, 바톨로 콜론과 함께, 98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아직까지 몸맞는공을 허용하지 않은 네 명 중 한 명이다(WHIP에 몸맞는공은 포함되지 않는다). 7개의 피홈런 또한 덕 피스터-애덤 웨인라이트-맷 하비(4개)와 랜스 린(5개) 데릭 홀랜드(6개) 다음으로 적다(WHIP에는 단타와 홈런이 똑같은 1안타로 반영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전체 피안타율보다 현저히 낮은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이다.

류현진의 시즌 피안타율은 .244로 ML 평균(.253)보다 9리가 낮을 뿐이다. 하지만 득점권 피안타율은 평균보다 3푼8리가 낮으며(류현진 .219 ML 평균 .257), 2사 득점권에서는 무려 6푼5리(류현진 .172 ML 평균 .237)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심지어 만루에서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덕분에 류현진은 79.0%라는 대단히 좋은 잔루율을 기록하고 있다(1위 조시 로크 85.6%, 2위 이와쿠마 84.8%). 그에 비해 시즌 피안타율은 .258이지만 득점권에서는 .369, 2사 득점권에서는 무려 .500(32타수16안타)에 그치고 있는 제레미 헬릭슨(탬파베이)의 잔루율은 63.2%(뒤에서 5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헬릭슨이 원래부터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투수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 헬릭슨의 잔루율은 82.7%로 메이저리그 1위였으며, 2011년에는 82.0%로 제러드 위버에 이어 2위였다. 어쩌면 헬릭슨은 그동안 유별나게 좋았던 잔루율이 ML 평균(72~75%)에 수렴되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세이버메트릭스에 관심이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보고가 되어주고 있는 <팬그래프닷컴>에는, 타자와 투수 기록 모두에 '클러치'(Clutch)라는 항목이 있다. 데이빗 어플맨이 만든 이 지표는 중요도가 높은 상황(high leverage)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를 골라내기 위한 것이다. 어플맨에 따르면 좋은 선수와 나쁜 선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2.0 : Excellent

1.0 : Great

0.5 : Above Average

0.0 : Average

-0.5 : Below Average

-1.0 : Poor

-2.0 : Awful

그리고 올시즌 현재 상위권과 하위권에 위치한 타자들은 다음과 같다.

타자

상위 : 필립스(1.19) 도널슨(1.15) 애드곤조(1.12) 모랄레스(1.09)

하위 : 트라웃(-1.61) 펜스(-1.45) 멜키(-1.38) 던(-1.36) 코자트(-1.28)

중요한 상황에서의 활약이 가장 나쁜 선수가 마이크 트라웃(.316 .389 .548)이라는 점에서,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릴 것이다.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트라웃의 활약에 한 번 의심을 가져보거나, 즉시 이 수치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그리고 에인절스의 경기를 조금이라도 본 팬들이라면 후자 쪽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푸홀스 0.42, 해밀턴 -1.05). 한편 추신수는 이 수치에서 팀 동료 조이 보토(0.03)와 제이 브루스(-0.12)보다 좋은 0.42를 기록하고 있다.

투수

상위 : 거스리(1.44) 사나비아(1.42) 손더스(1.42) 슬로위(1.34) 로크(0.98)

하위 : 가야르도(-1.07) 피스터(-1.07) 아니발(-1.02) 놀라스코(-0.95)

투수 순위 역시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류현진은 0.39를 기록함으로써 클리프 리(0.15) 이와쿠마(0.13) 클레이튼 커쇼(-0.21) 맷 하비(-0.50) 다르빗슈 유(-0.60) 등의 투수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02년 이후 가장 좋은 합산 성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애런 하랑(6.89)과 제프 수판(6.13)이라는 것. 반면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지배했던 로이 할러데이(1.91)와 요한 산타나(0.98) CC 사바시아(0.27)는 이들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저스틴 벌랜더(통산 -3.04)는 2005년 이후 가장 나쁜 기록을 내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세이버메트릭스적인 입장은, 위기에 강한 투수는 클러치 히터와 마찬가지로 그 실체가 불명확하며 '위기를 만들지 않는 투수'가 더 좋은 투수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의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물론 따지고 들어가면 WHIP에도 대단히 많은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위기 관리 능력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박찬호는 어땠을까. 박찬호는 최고의 성적을 낸 2000년(전체 피안타율 .214 득점권 .159)과 2001년(전체 피안타율 .215 득점권 .197) '클러치'에서 각각 ML 11위(1.05)와 16위(1.02)에 올랐다. 그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다시는 그와 같은 클러치 능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한편 2001년 ML 1위는 2.04를 기록한 데이브 말리키였으며, 트리플 크라운에 버금가는 성적을 냈던 랜디 존슨의 기록은 0.17이었다.

글래빈 [통산 피안타율] .257 [통산 득점권] .252

매덕스 [통산 피안타율] .250 [통산 득점권] .249

존슨  [통산 피안타율] .221 [통산 득점권] .219

페드로 [통산 피안타율] .214 [통산 득점권] .209

박찬호 [통산 피안타율] .249 [통산 득점권] .247

류현진의 위기 관리 능력이 가장 돋보이고 있는 경기들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전이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전 세 경기에서 무려 32명의 주자를 내보내고도(피안타율 .338 WHIP 1.68) 홈으로는 단 8명을 들여보냈다(6자책). 덕분에 평균자책점(2.84)은 오히려 더 좋은 경기 내용(피안타율 .219 WHIP 1.11)을 선보인 나머지 경기들(2.85)보다 더 낮은, 진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두자릿수 안타를 맞은 두 경기(데뷔전, 6월13일 애리조나전)에서, 신기하게도 각각 세 개와 네 개의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한 경기 네 개는 다저스 투수의 타이기록이었다. 그러나 클러치 투수를 부정하는 시각에 따르면,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설령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갈수록 전체 피안타율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점 위기를 더 잘 극복해내는 '탈출의 대가'는 진정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앞으로의 류현진을 더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한편 부정할 수 없는 클러치 투수가 한 명 있긴 하다. 커리어가 통째로 '클러치'인 마리아노 리베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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