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정원이 2008년 1월에 만든 것이라고 공개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해 “2007년 10월 대화록 작성을 지시해 만들었으며 국정원이 공개한 ‘2008년 1월(생산) 대화록’은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왜곡’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근무한 김 전 원장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누군가 다른 목적을 갖고 새 대화록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회담 대화록을 작성한 것은 2007년 10월로 청와대에 1부를 보고하고 국정원이 1부를 보관했다”며 “이렇게 2부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파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표지에 작성일자가 ‘2008년 1월(생산)’으로 기록된 점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내가 재임할 때인 2008년 1월에 나는 대화록을 작성한 사실조차 몰랐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대화록이 2008년 1월 새로 작성된 것이라면 이는 (내 지시 없이 만들어진 것이므로) 항명죄나 보안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건넨 대화록과 국정원 보관 대화록은 100% 똑같고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대화록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2008년 1월(생산) 대화록은 김 전 원장 지시에 의해 제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국민일보 기자에게 “김 전 원장이 2007년 10월에 지시해 제작에 착수해 2008년 1월에 완성했다”면서 “완성 후 김 전 원장에게 보고했으며 그가 결재한 ‘물적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녹취테이프를 러프하게(대략적으로) 풀어 만든 중간본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국정원은 계속 보완해 완성된 대화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