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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위해 기장이 도끼로 슬라이드 터뜨렸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08일 20:16
[한겨레] 이윤혜 승무원이 밝힌 긴박했던 ‘탈출 상황’

창륙 때 충돌 충격으로 승무원 절반 이상이 실신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는 처참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샌프란시스코만 바다와 활주로를 경계짓는 방파제에서부터 사고 여객기가 멈춘 곳까지 약 600m 구간의 활주로에는 여객기에서 떨어져나온 파편으로 어지러웠다. 활주로 초입에는 여객기 꼬리 부분이, 조금 떨어진 곳에는 부서진 착륙 기어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고 현장 옆으로 여객기들이 수시로 내려앉았고 현장을 바라보는 승객들은 탄식했다.

활주로에 이런 참혹한 궤적을 남기기 직전, 여객기 안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통상적인 안내 방송을 하고 있었다. “‘손님 여러분, 착석해주십시오. 좌석벨트 매주세요’라는 기내 방송을 착륙 직전에 했습니다.” 7일 밤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고기에 타고 있던 이윤혜(40) 승무원은 “일반적으로 착륙할 때와 다르지 않았다”고 차분히 말했다. 이 승무원은 사고 때 꼬리뼈 골절을 당해 앉을 수가 없어, 선 채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9년차 경력의 그는 심지어 ‘여객기 꼬리 부분이 날아간 것’조차 “앞쪽에 있었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가 사고를 감지한 것은, “착륙할 때쯤 됐는데 조금 비행기가 상승하는 느낌이 들다가 큰 충격을 받으면서 ‘다운’했을 때”였다. 그는 “‘꽝’ 하고 나서야 이상착륙이라고 인지했다”고 전했다. “크게 (땅에) 부딪히고 한번 더 부딪히고 오른쪽, 왼쪽으로 크게 기울고 나서 멈춰섰다. 일반적으로는 부드럽게 착륙하는데 사고 당시에는 착륙 직전 다시 이륙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여객기가 정지하고 나서는 “기장님의 생사 여부부터 확인”했다. “기장님이 ‘이상 없다’고 해서, 이베큐에이션(비상탈출) 할지를 물었고 ‘기다리라’고 했다. 손님들이 동요했고, 그래서 세차례 방송을 했다. ‘손님 여러분, 저희 항공기가 완전히 멈췄습니다. 자리에 착석해주십시오.’ 완전히 랜딩(착륙)한 상태에서였다.” 그 직후 “(기장한테서) ‘이베큐에이트’라는 소리를 들었고 훈련받은 대로 비상탈출이 진행됐다.”

그러나 비상탈출 초기부터 혼란이 빚어졌다. 착륙 때 받은 충격으로 동체 오른쪽 첫번째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기내 바깥이 아닌 안쪽으로 펼쳐졌다. “한 승무원이 (순간 부풀어오른) 슬라이드에 깔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기장이 도끼를 갖고 와서 해당 슬라이드를 터뜨렸고, 이윤혜 승무원은 왼쪽 문을 열고 손님 탈출을 지시했다. 이 승무원은 두번째, 세번째 문까지 가서 승객들의 비상탈출을 도왔다.

세번째 문이 있는 여객기 뒤쪽에는 중국 승객들이 많았다. 이 승무원은 “중국 손님들이 (탈출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소리치면서 빨리 나가라고, ‘고, 고’ 하고 외쳤다. 어떤 손님은 다리를 너무 심하게 다쳐서 혼자 슬라이드를 탈 수 없다고 해서 모시고 두번째 도어로 갔다”고 말했다.

비행기 뒤편에서는 화재로 검은 연기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오른쪽 두번째 슬라이드도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눌린) 발이 안 빠지는 승무원이 ‘살려달라’고 외쳤다.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슬라이드가 기내로 들어와 있으면 폭발 우려가 크다. 부기장은 “손님들이 드시던 나이프로 그것(슬라이드)을 터뜨렸고” 이 승무원은 소화기를 부기장에게 건넸다. 그는 이후 “기장님·부기장님과 함께 후배(승무원)를 구조해서 탈출하게 하고 뒤쪽으로 다시 가서 남은 손님들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승무원은 병원에 실려가서야 자신이 다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여객기에 남은 이들은 이 승무원과 부기장 등이었다고 한다.

사고 여객기를 벗어난 승무원과 승객들은 함께 오열했다. 사고 여객기에 타고 있던 아시아나 승무원 12명 중 7명은 착륙 직후 실신했고, 2명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허재현 기자, 박현 특파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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