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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를 보면 안 되는 이유-2

[기타] | 발행시간: 2013.07.12일 08:01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영화는 멘토다]36. '인 더 하우스'‥ 일상적 소재에도 막장 드라마가]

# 김기덕 감독의 신작 영화 '뫼비우스'가 근친상간 장면 등으로 인해 사실상 상영금지에 해당하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얼마전 논란이 일었다.

개봉 차질에 따른 투자자와 스태프 등의 피해를 우려한 김 감독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문제삼은 부분을 자진 삭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한국은 영화적 맥락이나 예술성과 전혀 상관없이 눈에 보이는 장면 그 자체로 논란이 일어나는 사회다.

흔히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예술성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김 감독 영화를 대하는 영등위의 기준에서 보면 '막장' 소재를 다루는 영화가 잔뜩 널렸다. 근친상간, 살인, 성정체성, 자살, 가학·피학성, 관음증 등등.

특히 프랑스 영화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프랑소와 오종은 이런 금기시되는 소재로 영화를 쭉 만들어 왔다. 오종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막장과 예술의 경계는 과연 뭘까. 어디까지를 예술로 봐야 할까. # 최근 개봉한 오종의 '인 더 하우스'는 다른 이의 일상에 대한 관음증을 소재로 한다.

고교 문학교사인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은 제자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의 작문 숙제에서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다.

클로드는 수학공부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친구 라파(바스티앙 우게토)의 집에 가서, 라파의 가정을 관찰하는 글을 써 제출한다.

그런데 이 글이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로 변해간다.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끝맺음도 잊지 않고서.

어머니가 없이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사는 클로드는 화목하고 온전한 가정에 대한 내재된 욕망을 글에서 분출시킨다. 포근하고 여성적인 라파의 엄마 에스더(엠마뉴엘 자이그너)와 금지된 사랑, 이로 인한 라파의 자살 등 클로드의 상상력은 막장이 아니라 심지어 스릴러적인 분위기까지도 연출한다.

작가를 꿈꿨지만 재능이 없었던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글쓰기 개인지도를 하면서 그의 글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상상과 실제가 혼재되면서 덩달아 제르망의 생활도 엉클어져 간다. 장면이나 소재로 보면 그다지 막장스럽지 않은 남의 일상을 재미난(?) 막장 드라마로 변화시키는 오종의 연출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 앞서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를 소개하면서 일상에서 자기 이야기가 많아야 행복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클로드는 어머니 없이 장애인 아버지하고만 둘이 산다.

함께 TV 농구중계를 보며 열광하고, 같이 외출하고, 운동도 함께 하는 등 평범한 가족들이 공유하는 일상이 없다. 일상에서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는 클로드가 친구의 가정을 지켜보며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자연스레 막장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특별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다. 압축적 경제성장 속에서 도구화되고 기계화된 삶을 살아왔던 현실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엔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적 불평등마저 심해지는 상황에서 생계유지조차 힘들어지면서 더더욱 자기만의 이야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즐기는 이야기가 막장 드라마라면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막장 드라마를 보느니 차라리 남의 '뒷담화'라도 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래도 나와 관계된 사람의 뒷담화는 내 생활에 역설적인 교훈이라도 줄 수 있지만, 상상 속에서만 밑도 끝도 펼쳐지는 막장 스토리는 정신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 '심리학의 원리'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이란 건 평소 보고 겪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자, 이래도 계속 막장 드라마를 재밌다며 볼텐가. 그러고도 당신의 아이들이 상스런 소리를 하고 삐뚤어진 행동을 한다고 야단을 칠건가.

이 코너에 항상 나오는 좀 긴 뱀꼬리. 부모들의 관점에서 제르망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 하나 있다.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일이나 꿈을 자식들에게 투영한다. 이런 심리 때문에 자식들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하며 깊게 관여한다.

'사랑'이라 쓰지만 '간섭'이라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 자식이 없는 제르망도 자신이 갖지 못한 작가의 재능을 가진 제자 클로드에게 집착하다가 결국 자신의 인생마저도 망쳐 버리게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법륜 스님의 조언을 새겨둘 필요가 있겠다. "자식은 어릴 때는 온 성의를 다해 키워야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일단 지켜만 봐야 합니다. 거기서 머리가 더 커지면 아예 놓아버려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부모의 사랑입니다."

# 뱀꼬리 하나 더. 첫 문단에 질문을 던졌던 막장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예술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막장 소재를 다룰 때도 있지만 그 이면에 담긴 사회적 부조리, 막장으로 흐르게 된 개인적 인생사의 이면,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 내면과 본성에 대한 이해와 통찰 등을 담고 있다. 반면, 막장 드라마는 이런 부분들이 전혀 없이 극단적 소재 자체가 주는 자극만 즐기는 것일테고.

우리 사회엔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만 보고선 이러쿵저러쿵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 손가락이 혹여 일반적인 '검지'가 아니라 '중지'인 경우엔 난리가 더 난다. 제발 이런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영화계에선 영등위가 문제라고 난리들인데,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영등위라고 뭐 특별난 게 있겠나. 우리 사회의 평균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 뿐 일 텐데.


박창욱기자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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