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 '귀태' 발언 파문… 정치인 막말 또 터졌네

민주 홍익표 "박정희는 귀태" 막말 논란… 새누리 국회 일정 보이콧

잊을 만하면 터지는 정치인 막말 사건… 감정싸움 하느라 시간낭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정치인의 막말로 국회가 소란스럽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지칭해 파문이 일면서 과거 정치인들의 막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1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홍 대변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모든 원내 일정을 중단하고 이날 예정된 국가기록원 보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 열람 일정도 취소했다. 홍 대변인의 막말에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정원 사태를 놓고 악화됐던 여야 사이가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대변인은 전날 민주당 정책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박정희와 기시노부스케'라는 책 내용을 인용하며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며 일본 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책의 내용을 소개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으로 언급해 사실상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쳤다면 유감이다'고 밝혔지만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막말로 인해 여야가 ‘감정싸움’을 겪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때도 있었다.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혜훈 주성영 주호영 송영선 나경원 심재철 등 24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당 연찬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막말 연극 '환생경제'다. 이 연극의 내용은 정치인의 막말 논란이 나올 때마다 ‘나쁜 사례’로 꼽히며 비판을 받고 있다.

'환생경제'는 무능한 가장 '노가리'가 아들 '경제'가 영양결핍으로 죽는데도 술주정만 해대는 등 무능한 '노가리'를 비꼬고 있다. 당시 '노가리' 역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흉내 냈다.

욕설과 성적 비하 발언도 논란이 됐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상징하는 '근애(이혜훈 의원)'의 친구 '부녀회장(박순자 의원)'은 "뭐 이런 개X놈이 다 있어"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알 값을 해야지. 육시럴 놈. 죽일 놈" "이혼하고 위자료로 그거나 떼 달라 그래"라고 말했다. '번영회장'인 송영선 의원은 "그놈은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가세했다.

현직 대통령 뿐 아니라 여야 정치인끼리 ‘막말’이 오가다 감정이 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논란이 벌어지면 당사자는 ‘실수다’ ‘몰랐다’ ‘죄송하다’ 등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일단 벌어지면 수습도 쉽지 않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사건이 터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 헌금'이 아니라 '공천 장사'입니다.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라고 해명했지만,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진영의 의원에게 막말을 던져 곤욕을 치른 의원도 있다.

강용석 전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취중 트윗'을 남겨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강 전 의원은 트위터에 "나는 홍준표가 존나게 불쌍해. 나보다 더 몬난 부모만나 세상 살면 뭐해. 박그네가 잡으니까 공천 못 받을 거 가타. 씨X"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부모 잘 만나는 것. 정치 존나게 해봐야 부모 잘 만난 박그네 못 조차가"라고 글을 남겼다. 강 전 의원은 취중에 올린 글이라며 몇 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강 전 의원은 2010년 9월 한나라당에서 제명돼 사실상 범여권 인사였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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