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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佛畵 살려주세요"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의 SOS

[기타] | 발행시간: 2012.03.09일 03:14
[서구 유명 박물관이 한국에 복원 맡긴 건 처음]

조선 불화와 '오악도' 등 2점 국립중앙박물관에 맡겨

문화재 복원기술 인정한 셈… 예전엔 일본 전문가 전담

작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으로 문화재 전문 특송 업체가 배달을 왔다. 이들이 갖고 온 것은 영국 대영박물관이 1950년대에 구입한 19세기 조선 불화와 '오악도(五嶽圖)'였다. 대영박물관은 "한국 서화는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정통할 테니, 보존 처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강형태 보존과학팀장은 "대영박물관 같은 세계 유수 박물관의 유물을 복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두 점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서구 박물관의 동양 미술품 복원을 맡아온 것은 주로 일본 전문가들이었다.

↑ [조선일보](왼쪽 사진)조연태 학예연구사가 1000년 된 투루판베제클릭 석굴 벽화를 보존처리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 [조선일보]천주현(오른쪽) 학예연구사가 대영박물관이 복원을 맡긴 19세기 조선불화를 펼쳐서 살펴보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있는 보존과학팀은 박물관 수장고로 이어지는 통로 곁에 자리 잡고 있다. 천주현(42) 학예연구사가 둘둘 말려 있던 대영박물관 불화 족자를 바닥에 폈다. 가로 79㎝, 세로 126.5㎝인 이 불화는 위쪽이 검게 변색된 상태. "X선 촬영을 통해 안료 때문에 훼손된 삼존불 위쪽 부분에 서원자의 그림이 있는 것을 확인했어요. 원래대로 되살릴 것인지를 놓고 대영박물관과 복원 방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천 학예사는 "'오악도'는 불화보다 손상이 덜해 복원 작업이 더 빨리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천 학예사는 충북대 목재·종이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서화(書畵)·종이 복원 전문가다. 대학 4학년이던 1997년, 석가탑 안에 들어 있던 '묵서지편(墨書紙片)' 복원에 참여했다. 1966년 석가탑 해체 공사 도중 나온 '묵서지편'은 종이 뭉치 상태로 약 30년간 박물관 수장고에 방치돼 있었다. 박지선 현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를 도와, 습기를 먹어 '종이떡'이 된 묵서지편을 한 장씩 분리했다. 2002년 박물관에 들어온 천 학예사는 순서가 뒤섞인 '묵서지편' 차례를 바로잡아 석가탑이 고려 초인 11세기에 중수(重修)됐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존과학팀 석·박사 수두룩]

실크로드 벽화부터 세계 最古 배까지… 복원 힘든 유물도 척척

강형태 팀장을 비롯, 연구원 29명이 일하는 보존과학팀은 훼손된 문화재가 응급처치나 복원 수술을 받는 '종합병원'이다. 이공계 석·박사가 수두룩한 보존과학팀은 목제, 금속, 토기·도자기, 직물, 서화, 석제, 벽화 등 각 분야 문화재 복원과 보존 처리를 맡고 있다.

조연태(42) 학예연구사는 실크로드 벽화를 되살리는 '마법의 손'이다. 요즘 투루판 베제클릭 15석굴에서 나온 높이 1m가량의 벽화를 복원 중이다. 1000년 전 위구르 상인과 소구드 상인 두 명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서원화다. "일제강점기 나무 액자와 벽화 가장자리에 덧댄 진흙을 걷어내고, 헬멧이나 방탄복 재료로 쓰는 최신 소재로 벽화 뒤쪽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가볍고 강력하면서도 불에 타지 않아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박물관 소장품인 실크로드 벽화는 20세기 초 오타니 탐험대가 투루판, 쿠차에서 가져온 것으로 60점가량 된다. 보존과학팀은 2002~2004년 일본 도쿄 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베제클릭 석굴 천불도(千佛圖) 6점을 보존 처리한 이래, 10점가량 작업을 마쳤다. 조 학예사는 30㎏쯤 되는 벽화를 번쩍번쩍 들어 올렸다. "힘이 아니라 요령으로 든다"고 했다.

목제문화재 연구실의 김수철(40) 학예연구사는 2007년 '고대 칠기 분석 및 보존 처리'로 충북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最古)의 배'로 기록될지도 모를 신석기 시대 목선(木船)을 복원 중이다. 2005년 8월 창녕 비봉리 신석기 유적에서 나온 이 배는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5580년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7600년 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最古)로 알려진 일본 도리하마(鳥浜) 1호나 이키리키(伊木力) 유적 출토품보다 2000년 이상 앞선다.

김 학예사가 대형 용기를 열어젖히자 폴리에틸렌그리콜(PEG) 용액 안에 길이 2m10㎝, 1m40㎝, 1m20㎝쯤 되는 판재 3점이 잠겨 있었다. "뻘에 묻혀 겨우 세포 껍데기만 남아있는 나무 안에 PEG 용액이 스며들게 해서 배 모양을 고정해주는 것을 함침(含浸)이라고 하는데, 5년 정도 이 과정을 거치면 현재 거의 100%에 가까운 함수량이 20%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이 배는 2014년쯤이면 완벽한 모습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강형태 보존과학팀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유물이 연구원들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조선일보 |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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