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지난 5월초, 베이징 솽징에 위치한 UME 극장에서 시민들이 '아이언맨3'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서서 대기하고 있다.
'해적판 영화의 천국' 중국에서도 극장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불법 영화를 다운로드하기보다 영화관을 이용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중국의 영화 시장은 이미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문 연구업체인 엔트그룹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극장 영화 상영관 수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배 넘게 증가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극장 상영관 수는 2015년에 3만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같이 영화 산업이 커진 요인은 티켓 가격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주요 도시 주민의 수입이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영화를 보러 오는 관람객 수가 늘어났고 소셜커머스 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영화 할인표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도 영화 관람객의 지갑을 열게 했다.
영화제작사 스타라이브의 로이 루 대표는 "과거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사치스러운 여가 활동이었지만 이제는 극장 영화 관람이 대중화됐다"고 말했다.
중국 영화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중국 영화 산업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1조1천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든 영화 중 7개가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흥행 대작) 영화였다.
중국 국산영화의 선전도 눈부셨다. 지난해 중국 최대 흥행작인 '타이지옹(泰囧)'은 제작비가 5백만달러(56억원)였지만 흥행수입은 2억달러(2천249억원)에 달해 중국 내 최고 할리우드 흥행작인 영화 '아바타'과 맞먹었다.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서유항마편(西游-降魔篇)'를 제작한 영화사의 올해 1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급등했고 주가도 연초에 비해 180%나 올랐다.
WSJ는 "중국 영화산업이 이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지적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직 소수에 불과하고 투자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총 745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231편에 불과했다. 미극 드림웍스사의 중국측 파트너인 화인문화산업투자펀드의 쉬즈하오(徐志豪) 총경리는 "영화는 '한방 사업'이어서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다"며 "중국은 극장 개봉 수익 이외에 영화로 돈을 벌 수 없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온바오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