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조세저항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재벌·대기업 등 부유층이 아닌 ‘유리지갑 노동자’의 세금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세제개편안을 서민·중산층에 대한 부당한 증세로 규정하고 ‘근로자 증세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납세자연맹은 9일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 모든 근로자의 과세표준이 일시에 대폭 상승한다”며 “물가상승과 가계대출원리금 상환부담, 사회보험료 인상 등으로 고통 받는 근로자들에게 엄청난 증세를 도모하는 경악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은 또 “개정 내용이 너무 복잡해 본인의 증세액을 계산하기가 어렵고, 증세대상 근로자와 증세액이 너무 많다는 점도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납세자연맹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벌이는 세제개편안 저지 서명운동에는 이날만 5000명이 넘게 참여했다. 서명운동 공간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나 잘 환수해라” “출산을 장려한다더니 출산공제를 모두 세액공제로 돌려 예비 엄마로서 화가 난다” “월급쟁이를 봉으로 안다”는 비판 의견이 잇따랐다.
양대 노동단체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한목소리로 서민을 쥐어짜는 세제개편안이라고 규탄했다.
세제개편안을 ‘세제개악안’이라고 규정한 민주노총은 “복지를 위한 세제확대라면 부자증세가 당연하고 이명박정부 때 감면된 법인세만 원래대로 돌려도 충분한 세수가 확보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국노총도 “노동자는 증세, 기업은 감세하는 개편안”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기업과 부자들은 그대로 둔 채 소득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봉급생활자와 서민 중산층의 주머니만 털겠다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도 논평을 내고 “박근혜정부가 천명한 ‘증세 없는 복지확대’가 재벌에게는 또 다른 혜택을 주고 서민층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로 귀착됐다”며 “정부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 특혜 세제로 조세형평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