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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속 인형탈에 숯불까지…"시급 6천원이 어디에요"

[기타] | 발행시간: 2013.08.16일 07:54
서울의 한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거리에서

땡볕 거리에서 털옷 입고 전단지 돌리고…'최악의 알바' 현장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 연일 '사람잡는 폭염' 속에 고군분투해야 하는 '살인적인 알바'들이 있다. 흘리는 땀의 양으로 치면 평소에 비해 시급 두 배는 더 받아야 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건 많아야 시간당 8000원 수준. 위 아래로 내뿜는 열기를 온몸으로 견뎌내며 돈벌이에 나선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봤다.

◈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인형탈 알바

폭염이 내리쬐는 서울의 오후 2시. 명동 한 골목 가운데 '포토존' 마냥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몰려있다. ‘고양이 인형’ 옆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게슴츠레한 눈에 싱긋 미소짓고 있는 이 고양이 인형 속에는 아르바이트생 성모(23) 씨가 '들어있다'. 그의 빨간색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젖어 한껏 선명해졌다.

성 씨는 틈날 때마다 한 손으로 고양이 탈을 받치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파란색 부채를 연신 부쳐댔다. 살짝 들린 탈 아래로 보인 성 씨의 얼굴에는 세수한 듯 주르륵 땀이 흘렀다. 성 씨는 탈 속에 감춰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낸다.

6개월차 인형탈 알바생인 성 씨의 주된 임무는 '고양이 카페' 홍보다. 오후 1시 30분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중간에 30분씩 두 번 쉬는 시간을 빼고 6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35도 안팎을 오가는 찜통 더위. 바람도 안 통하고 무겁기까지 한 인형탈과,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털 신발은 그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뜨거운 태양을 쬐다보니 졸음도 무섭게 쏟아진다. 앉아서 쉬고 싶지만 정해진 휴식 시간 외에는 쉴 수도 없을 뿐더러 기댈 곳도 없다. 잠시 쭈그려 앉아보지만 아이들은 신기하고 귀엽기만 한 '고양이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그. 하지만 이 불볕더위에 재미를 느끼기에는 인형탈과 털 신발이 너무나도 거추장스럽다.

성 씨는 "그나마 아래 위로 입던 털 옷은 지난 달부터 입지 않는다"면서 "그것까지 입고 있었으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찜통더위를 감내한 성 씨의 시급은 6000원. “이 정도면 괜찮다"고, 그는 말했다.

◈ "가마솥 안에서 불을 지피는 거죠" 열기와 싸우는 '불맨'

"여기 불이요".

같은 날 오후 양천구의 한 고깃집. 숯불갈비 주문을 받은 식당 아주머니가 주방에 외치자 한 남성이 가게 뒷문으로 나간다.

숯에 불을 붙이는 이른바 '불맨'이다. 지난해 겨울 이 일을 시작한 중국동포 오모(35) 씨는 눈부신 햇살을 한 손으로 가리며 숯을 얹을 둥근 쇠판을 집었다.

숯에 불을 붙이는 '숯난로' 앞에 섰을 뿐인데 난로의 열기와 뜨거운 태양에 오 씨의 이마에는 순식간에 땀이 맺혔다. 오 씨는 땀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목에 걸었던 수건을 머리에 싸맸다.

식당의 자랑이라 할만한 '숯불갈비'이지만 오 씨는 요즘 주문이 두렵다. 특히 햇볕이 쨍쨍한 대낮에 들어오는 '숯불갈비' 주문은 지옥 그 자체다.

나온 지 5분도 안 돼 오 씨의 옷은 땀으로 흥건했고 불과 가까운 팔과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야말로 가마솥 안에서 불을 지피는 수준이다.

"이 일은 겨울에는 할 만한데 여름에는 더워서…". 숯불의 열기에 숨이 찬 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오 씨는 "여름에는 정말 장난 아니다. 더워서 맨 팔에도 땀띠가 난다"며 붉어진 팔을 내보였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요즘에는 주문이 넘치는 밤에도 땀 닦을 틈이 없다. "돈 벌려면 할 수 없죠. 그래도 한 달에 150만 원은 번다"며 오 씨는 뜨겁고 무거운 숯판을 옮겼다.

◈ "당장 물에 뛰어들고 싶어" 아스팔트 위 전단지 알바

같은 시각, 다시 명동 거리. 관광객 뒤를 열심히 쫓아가는 이는 중국인 유학생 구모(24) 씨다.

유창한 중국어와 영어로 관광객들에게 마사지숍 전단지를 내밀어보지만 그의 손은 금세 무안해진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이쪽 저쪽으로 관광객들에게 따라붙어보지만, 불쾌지수 높은 시민들에게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은 귀찮기만 할 뿐이다.

가뜩이나 더운데 사람들에게 계속 외면당하는 구 씨.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체감온도는 솟구친다.

손에 가득한 전단지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전단지를 놓쳐버릴까 너무 꼭 잡고 있어도 안된다. 금방 땀이 나 젖어버리기 때문이다.

가게 문턱에 걸쳐 앉아 전단지로 부채질을 해보지만 더운 바람만 나온다. "당장 물에 뛰어들어가고 싶어요" 서툰 한국어에서 피곤과 짜증이 묻어나왔다.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방학을 맞아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시급 8000원'이라 다른 일에 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게 이 일을 선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시작한 지 겨우 이틀째, 구 씨는 "오늘만 하고 그만둘 거에요"라며 거의 울먹였다. 더워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것.

시급 때문에 울고 웃는, 우리나 중국이나 '아프니까 청춘'인 모양이다.

ancky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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