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맞았지만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선 ‘정치적 허니문(협조)’ 기간은 고사하고 ‘전쟁’으로 불러야 할 정도로 격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집권 1년차에 이처럼 야당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결국 청와대나 민주당 모두 소통과 정치력 조정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양측은 첫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오랜 줄다리기 끝에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3월 22일에야 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은 당시 “청와대가 사전에 야당에 어떠한 사전설명도 없었다”며 일방통행식 일처리에 격앙했다. 반면 청와대는 “야당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조차 막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후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임명 강행 등 인사 문제로도 한판 붙었었다. 양측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된 것은 지난 6월 24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은 공개 배후로 박 대통령을 의심하고 있고, 이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맞서면서 지금껏 대치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은 결국 소통부재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박 대통령과 참모들의 ‘비정상적 관계’가 야당과의 충돌로 이어진다고 본다. 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현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높아도 너무 높다”면서 “그러다보니 야당이 대통령을 조금만 비판해도 자기들부터 방방 뛰면서 아예 야당과 벽을 쌓고 강경기조로 나서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무 기능이 정지된 것도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민주당 인사들의 한결같은 불만은 “청와대 인사들이 야당에 코빼기도 안 비친다”는 점이다. 청와대 인사들이 찾아와 양해도 구하고, 부탁도 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욕도 얻어먹고 가야 하는데 요즘 청와대 인사들이 그런 걸 못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에선 특히 정치 문외한인 신임 박준우 정무수석이 임명되자 “청와대가 사실상 정무를 포기하고 강경파 위주로 대야(對野) 관계를 끌고 가려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민주당 잘못도 적지 않다. 일부 의원들이 박 대통령을 지나치게 과격하게 공격하면서 청와대 반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또 대선불복으로 비쳐질 만한 언행을 계속 하고 있는 점도 관계 악화를 부채질해 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양쪽이 서로를 파트너로서 존중하는 자세와 함께 언행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