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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독설가라는 평가 진부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3.13일 12:38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의 < 놀러와 > < 해피투게더 > < 런닝맨 > 은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고, < 무한도전 > 은 외부적 요인으로 잠잠하다. 강호동이 이탈한 < 강심장 > < 스타킹 > 은 추락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1박2일 > 시즌2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이처럼 강호동과 유재석의 투톱 체제가 붕괴되고, 예능의 대세가 일반인들의 참여와 '노래 가창'의 영역으로 발 뻗은 지금, 오로지 순도 높은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코 < 라디오스타 > 뿐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아니 지르고,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은 친구들의 인생고난사를 들려준다. 그리고 듣는 이들은 눈을 감고 감동하거나 각종 보컬 관련 테크닉 품평회를 여기저기서 연다. 바로 이런 시기에 타이트하게 팔짱을 낀 채로 최대한 비스듬히 앉아서 세상사 모든 게 못마땅하다는 듯 찌푸리고 뚱하게 쳐다보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 라디오스타 > 의 김구라다. 그에게 있어 자세 변화란 매우 가끔 이준과 같은 예상 밖의 '반찬'이 나오면 신기한 듯이 턱을 내밀고 바라볼 때나 립밤을 바를 때뿐이다.

< 라디오스타 > 의 확장 이전 성공에는 이러한 자세의 김구라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김구라는 웃음의 관점에서 예능 정체기라 볼 수 있는 이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거의 유일한 예능 MC다. 따라서 더 이상 김구라를 독설가라 수식하는 것은 너무나도 게으른 평가다. 그는 현재 예능계를 넘어서 방송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방송을 직업으로 보는 태도 면에서나 비틀즈에서 변병주에 이르는 비유법과 실명 거론 토크라는 방식 면에서 가장 진보적인 존재다.

그는 < 주병진쇼 > 나 < 승승장구 > 같은 우리나라의 토크쇼가 보이는 전형적인 방식을 거부한다. 2010년 강원래의 눈물에 "가지가지 하십니다"라고 일갈한 장면은 만약 우리나라 토크쇼 백과를 만든다면 꼭 들어가야 하는 기념비적인 장면이었다. 얼마 전 같은 패널인 유세윤의 눈물에도 덤덤 혹은 약간 짜증서린 눈빛으로 바라본 이 남자는 토크쇼가 < 무릎팍도사 > 나 < 강심장 > 식의 '밝고 명랑한 데서 감동까지'라는 감정 선물세트가 되는 걸 극히 지양한다. 그는 감정의 기승전결을 철저히 무시하고, 연예인을 무대 밑으로 끌어내려 메뉴얼화 된 이야기가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김구라는 김승우처럼 주변 반응 따위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

그가 구사하는 독설과 차고 있는 손목시계의 가격으로 상징되는 속물 아저씨의 모습은 무대 위에서만 살고 있는 연예인들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장치다. 그는 아이돌들에게는 항상 계약 만료일을 물어보면서 아이돌이란 태초의 틀을 바로 깨버린다. 가면을 쓸 틈을 안 준다. 조영구나 주영훈에게는 '말 좀 줄여라', '그 정도 기다려줄 게스트는 아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이혼을 겪은 게스트에게도 스스럼없이 그 일에 대해 말을 건넨다.

2PM의 찬성에게 재범과의 현재 관계를 물어볼 수 있으며, 멋진 교회오빠 캐릭터인 2AM의 임슬옹에게 무식하다고 핀잔을 줄 수 있는 건 유재석도 박명수도 아닌 김구라가 유일무이하다. 여기서 김구라를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게스트들이 연예인이란 가면을 벗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살아가는 자연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확장 이전 첫 방송이었던 원더걸스 편은 좀 심각했는데, 미국에서 합숙을 오래해서 그런지 그녀들은 너무나 잘 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 라디오스타 > 의 확장 이전 성공은 김구라의 내적 역량만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명민한 그는 토크쇼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악마'에서 '허브'로 넓혔다. 모두를 물어뜯던 그가 턱을 잡힌 순간은 유세윤, 윤종신, 규현 등 다소 개인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들과 함께할 때의 자기 역할을 새롭게 자각한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다. 규현에게 윤종신의 개그는 받아주지 말라고 가르치듯이 말하지만 주로 '뭔 소리야'라는 무시를 당하고, 윤종신이 주워 먹는 멘트를 날리면 욕보다 더 안 좋은 거라고 폄하하지만, 만담콤비가 됐다. 이제 김구라는 때때로 사람 좋은 '현동이 형'이 된 것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 축구로 비유하자면 유일하게 개인 돌파를 장점으로 하되 패스까지 겸비한 공격수다. 가장 비슷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박명수는 모든 패스가 그에게 집중되어야 신이 나는 반면 그는 패스를 뿌리는 플레이메이커, 즉 자신을 토크의 허브로 사용한다. 자신이 직접 공격하기만 하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신인급이나 B급 게스트가 나오면 가장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해준다. 여기서 배려란 유재석 식의 시간분배 베리에이션 토크가 아니라 무언가 색다른 모습을 끄집어내려는 집요함이다. 최근 이준의 발견이 바로 이런 사례다.

그래서 박명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2012년 예능계의 거성은 단연 김구라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예능계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갔고, 고여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매우 강한 캐릭터에 변화를 부드럽게 주고 있다. 그가 < 놀러와 > 에서 비유한 '비틀즈에 키보드리스트 야니가 가세한 것과 같다'는 말은 현 < 라디오스타 > MC조합에서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그의 고민과 변화와 궤를 같이 해 < 라디오스타 > 가 노래방 코너를 버린 건 < 라디오스타 > 입장에선 축복과도 같은 선택이었다. 김구라를 위시한 이 토크 편대는 노래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심지어 리액션도 나쁘다. 이들은 극강 수다의 FM방송 체질이니, 그냥 더 많이 말하게 하면 된다. 가장 진보적인 개그맨 김구라와 가장 진보적인 토크쇼 < 라디오스타 > 가 번창해야 우린 더 이상 연예인의 에피소드와 친분관계를 듣는 지루한 토크쇼를 보지 않게 될 것이다. 게다가 노래 듣기에 이미 조금 지쳤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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