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국회의 새 정부 첫 국정감사를 계기로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 개입 의혹논란을 비롯 각종 정치적 이슈가 확대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닫은 채 '마이웨이'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원 및 사이버사령부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정치 현안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국무회의는 이달 초 해외순방을 전후해 오랜 기간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를 열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오랜만에 국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브루나이 방문으로 자리를 비운 지난 7일부터 전날까지 매주 월요일 갖던 수석비서관회의를 3주 동안 주재하지 않았다. 이날 국무회의도 지난달 26일 이후 27일만에 자신이 직접 주재한 것이었다.
그 사이 국정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정치권을 강타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해 총 5만5689회에 걸쳐 트위터를 통해 대선개입 활동을 한 정황을 공개했고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직원들도 정치성향글을 게시했다는 의혹을 제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하다 최근 직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두고 이른바 '찍어내기' 논란이 한창 가열되는 와중에 윤 청장과 공방을 주고 받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찰청에 '셀프 감찰'을 요청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어떤 식이든 간에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지만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은 물론 마무리발언에서도 정치 현안은 입에 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국감에서 서로 다른 의견 개진과 발전적 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들이 국민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 8월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말한 데서 입장의 변화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는 가운데 황교안 법무장관이 메모를 하고 있다. 2013.10.22. mirage@newsis.com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인데 검찰과 국방부의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대통령의 말을 보태면 오히려 논란만 부채질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국정원 사태에서처럼 박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침묵을 지키면서 거꾸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국정원 사태로 1년 가까이 공방을 벌이면서 민생 이슈까지 매몰되고 있는데도 정치 현안은 외면하고 민생에만 몰두하겠다는 마이웨이식 행보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국정원 사태 등으로 인한 여야의 기싸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현안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외교·안보에서의 성과가 '내치(內治) 실종'이란 비판 속에 빛이 바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외압이 행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대선 불복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총에서 "국정원, 보훈처, 군 등 총체적 부정선거"라며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선거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도 "지난 대선 자체가 심각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아야 한다. 이 선거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나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대통령 사과로 끝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한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작금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민주당의 이같은 정치공세에 지금처럼 침묵으로 일관할지, 아니면 정면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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