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우징롄 연구원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근원은 개혁이 절반밖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수반돼야 하며, 정치 개혁만이 중국의 성장을 지속가능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중국 경제학계의 권위자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우징롄(吴敬琏, 83) 연구원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중국 전문가인 배리 노턴이 영어로 번역해 출간한 '우징롄의 논문 모음집'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징롄의 논문 모음집을 소개하며 정치 개혁과 중국 경제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우징롄 연구원은 자신의 논문에서 "경제개혁이 지난 10년 동안 정체돼 스탈린 시대의 중앙계획, 국유기업 독점의 경제체제가 굳어졌다"며 "미완의 개혁이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절반밖에 이뤄지지 않은 개혁이 공무원의 부패를 불러오고 있다"며 "이는 부패 관리들은 투자 위주 성장의 경제성장 모델에서 사적인 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며 이같은 (투자 위주의) 성장 모델이 경제의 낭비와 비효율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치 개혁만이 중국의 성장을 지속가능한 궤도 위에 올려놓을 수가 있다”며 “그래야만 지난 30년 동안의 개혁과 성장이 소수 특권층의 배만 불리고 소득 불평등을 확대시켰다는 국민의 비판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연구원은 논문에서 정치개혁의 방향으로 "사법부를 독립시켜 (법안) 초안을 작성케 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 공산당의 미치는 권력이 점차 제약을 받을 것"을, 경제 분야에서는 "국유기업의 지배권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사회와 정치 상황이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갈수록 절감한다"며 "법원 독립과 인권 및 언론 자유 등이 보장되는 쪽으로의 개헌은 불가피하며 이는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 연구원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중국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4월 시진핑(习近平) 주석 명의로 된 비공개 문건에서 서구식 민주주의, 인권, 언론 독립과 자유 등을 중국을 위협하는 7대 요소로 규정했다. 또한 시 주석은 최근 마오쩌둥(毛泽东) 사상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의 붉은 색깔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징롄의 논문을 번역한 배리 노턴은 "시 주석의 이같은 노선 때문에 우징롄의 핵심 개혁 권고가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논의조차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심할 여지없이 예전 상황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달 열릴 예정인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는 금융 개혁과 민간 부문으로의 경제 개방 확대, 그리고 도시화 가속화 정도로만 개혁이 제한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럼에도 우 연구원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는 자신의 신간 영어 논문 앞부분에 실린 노턴과의 일문일답에서 "개혁 재개를 낙관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며 "현재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으면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새 지도부가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징롄 연구원은 지난 1992년 정부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선포한 후,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고령에도 중국의 정치개혁과 경제성장 발전방식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아 '중국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불린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