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19 구급대원들이 긴급출동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욕설은 물론, 폭행까지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물론, 이직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말 119 신고를 받고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가로 출동한 구급대원 김모(여·29) 씨는 환자가 자신을 향해 “여자가 뭘 할 수 있느냐”고 비하하는 것을 꾹 참아야 했다. 당시 환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좀처럼 김 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환자는 욕설을 하는 것도 모자라 주먹까지 휘두르려 했지만 김 씨는 무사히 환자를 병원까지 옮겼다. 특히 심야시간대에 만취한 환자들의 경우 여성 구급대원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구급대원 일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성 119 구급대원들이 환자 및 보호자의 욕설이나 물리적 폭행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8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여성 구급대원을 폭행해 입건된 사례는 지난 2011년 13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증가했다. 올들어서도 8월 말까지 벌써 11건이 발생했다. 욕설이나 신고되지 않은 물리적 폭행까지 더할 경우 피해사례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국응급구조학회가 발표한 ‘여성 구급대원 폭행 현황 설문’에 따르면 여성 구급대원의 94.9%가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신체적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32.5%로 나타났다. 하지만 폭행을 당한 뒤 대처 방법에 대해 응답자의 21.9%가 ‘그냥 묵인한다’고 답해 많은 여성 구급대원들이 언어폭력이나 신체적 폭행을 당하고도 혼자 속으로 삭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에 시달리다 이직을 고려하는 여성 구급대원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92.0%가 이후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답했으며, 실제 다른 일을 구하려고 시도했다는 응답도 38.7%에 달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일선에서 뛰는 소방 및 구급 공무원들에게 시민들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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