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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들도 스마트폰…“엄마, 친구가 밤새 이상한거 봤어”

[기타] | 발행시간: 2014.01.02일 15:35

[한겨레]

[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② 어른들 세상에 빠져든 초등생

“엄마, 캠프 가서 같은 방에 있던 친구가 다음날 수업중에 코피 흘렸어요. 그 친구 밤새 스마트폰으로 이상한 거 봐서 그랬어요.”

주부 정영미(가명·41)씨는 최근 한 합숙 캠프를 다녀온 뒤 6학년 아들이 건넨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들 승욱이(가명·14)는 그 친구가 밤새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본 뒤 자신에게 얘기를 해줬다고 했다. 정씨는 처음 본 그 아이가 아들에게 어떤 얘기들을 했을지 걱정됐지만 꼬치꼬치 캐묻지 못했다.

승욱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급우들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게 된 시점은 지난해부터다. 승욱이네 학급 남자아이 10명 중 승욱이를 포함한 3명만 스마트폰이 없었다. 정씨는 스마트폰 사주기를 줄곧 미뤄오다가, 결국 지난해 봄 아들이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대가로 사줬다. 그랬던 정씨가 최근 아들의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승욱이가 자신의 방에서 공부를 하는 줄 알았는데, 카카오톡으로 여자친구와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기 때문이다.

정씨가 경고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빼앗은 이유는 지난해 학교에서 스마트폰과 관련한 작은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승욱이가 다니는 학교의 한 남학생이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너의 샤워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음란 문자를 보내는 남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던 초등 여학생은 결국 교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교사는 남자아이 부모와 상담하고,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 묻던 아이들…‘손안의 19금’에 빠지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너무 심각한 일이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데 아이들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구할 방도를 찾아달라고 어디든 가서 하소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인터넷으로 접해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 사이에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 같은 거름막 없이 어른들 세상에 그대로 노출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2013년 7월 전국 초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학생 중 48.8%(131만명)가 스마트폰(태플릿피시 포함)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어른들 세상은 ‘성’에 관한 것이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서울 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 1116명을 조사해 지난 12월 발표한 ‘2013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 보고서를 보면, 학생들이 19살 이상 관람 가능 매체를 접하는 경로는 ‘스마트폰’(스마트폰 인터넷, 앱 등)이 111명으로 ‘인터넷’(컴퓨터 게임, 인터넷 검색 등)의 139명에 육박했다. 전단지 35명, 인쇄물 15명 등 인쇄매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목소희 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사업팀장은 “다음 조사에선 아이들이 숨어서 보기 더 쉬운 스마트폰을 통해서 ‘19금’ 매체를 보는 경우가 인터넷으로 보는 경우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센터는 2004년부터 4번째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조사 항목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이 19금 매체를 처음 보게 된 동기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에서 우연히 봤다’고 하는 경우가 213명으로 제일 많았다. ‘친구와 선배의 권유’(43명)나 ‘직접 찾아본다’(42명)는 답변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전달받은 경우가 적지 않으리라고 센터 쪽은 분석했다.

초등생 절반이 쓰는 스마트폰

음란물·폭력물 무방비 노출

카톡창엔 “벗은 사진 전송해줘”
일베 사이트 등 돌아다니며

뜻도 모른 채 “전라도 홍어”

충격 받은 부모·선생님들

‘이럴 땐 어쩌나’ 대책 잘 몰라

20명의 초등학생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벗은 몸을 사진(일명 ‘몸사’)으로 찍어서 보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성적 행동을 받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외모 놀림’(182명, 13.6%, 복수응답) 다음으로 ‘야한 것 휴대전화로 받기’(157명, 14.5%), ‘야한 SNS 받기’(87명, 6.5%)가 각각 2, 4번째로 많았다.

이목 팀장은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좋아요’ 등을 눌러 공유하는 방식이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음란물이 많이 퍼지는 방식이다. 남학생은 유튜브 같이 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접속해서 보는 스트리밍 앱으로 동영상을 주로 보고, 여학생은 ‘야설’(야한 이야기)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 ‘일베’에도 들어가 진보·여성·전라도민 등에 대한 상식 이하의 공격으로 사회·정치적 ‘음란물’이라는 지적을 받는 ‘일간베스트’(일베) 같은 누리집에 들어가는 초등학생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우려다.

전북 전주에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올해 초 쉬는 시간에 한 남학생이 우산을 들고 의자에서 뛰어내리며 “운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이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인터넷 속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최근 사회수업을 진행하면서 6·25전쟁 당시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전쟁통에 죽은 사람들이 흰 천에 덮여 있는 장면이 나오자, 한 학생이 대뜸 “저거 전라도 홍어다”라고 외쳤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다른 학생도 웃음을 터뜨렸다. 2013년 한 대학생 일베 이용자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이 흰 천을 덮은 관 옆에서 오열하는 사진에 조롱하는 글을 써 재판을 받은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이 초등학생이 본 것이다.

이 교사는 “초등학생들이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아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학생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접한 일베 용어를 뜻도 모르고 유행어처럼 쓰기도 하지만, 다른 학교에선 실제로 일베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 손에 쥐어지면서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더 생긴 것도 부모들의 걱정을 키운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하거나 채팅 앱으로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하는 사건들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된다.

■ 부모들은 발만 동동 문제는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마땅한 방법을 알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부모들은 공개된 장소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자녀들을 기를 때 쉽지 않았는데, 이제 스마트폰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상황에 더 진땀을 빼고 있다.

홍아무개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스마트폰을 최근 홧김에 또다시 부숴버렸다. 아들이 또래 여학생과 카톡을 주고받다가 밥을 먹으러 가자, 답장이 없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여학생이 장난으로 “너 자위하고 왔니?”라고 카톡을 보낸 것이다. 이 카톡을 우연히 보게 된 홍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지난해 3월에는 아들이 새벽 2~3시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스마트폰을 부순 적도 있었다. 아빠 홍씨는 “그런데 아들은 또 스마트폰을 얻어내려고 내 비위를 맞추고 있다. 스마트폰 안 사주면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다는데 계속 안 사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를 통해 음란물을 접한 아들 문제로 고민하던 정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음란물을 접하고 있는 것을 부모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의 유해성에 대해 어떻게 알려주고 대화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 정부라도 나서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목 팀장은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이나 일베 같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성교육과 함께 스마트폰을 어떻게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지, 온라인에서 접근해오는 어른들의 위험을 어떻게 피할지 다방면으로 접근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양선아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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