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에게 새 삶을 선사하고 세상을 떠난 정진아(4)양의 생전 모습. 정양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전북대병원 제공
13년이 끝나가던 지난달 30일, 전북대병원 장기이식팀은 작은 여아(女兒)의 몸에서 심장과 간장, 신장 등 장기 4개를 적출해냈다.
간장과 신장 1개는 전북대병원에서 이식됐으며, 다른 장기들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졌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네 사람이 이 장기들로 인해 새 생명을 얻었다. 이날 세상을 뜬 정진아(4)양으로부터 도착한 ‘새해 선물’이었다.
짧은 생을 마감한 정양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2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전북 완주군에 사는 정양은 갑작스런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지난달 15일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소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온 정양은 안타깝게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누구보다 충격과 슬픔이 컸을 정양의 부모는 그런 와중에도 정양의 장기를 기증하는데 동의했다. 비록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딸의 삶이 값진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결혼 당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우리 부부는 수년 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어요. 그래도 자식 일은 아무래도 마음 정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정양의 아버지 정모(42)씨의 말이다. 정씨는 “하지만 진아가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진아에게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며 딸 생각에 눈물을 떨궜다.
정양은 쾌활한 성격의 아이였다고 한다. 정씨는 “진아는 생전에 목청이 크고 성격이 밝았으며, 병원에 오기 전까지도 하루종일 밖에서 뛰놀았던 활달한 아이였다”면서 “그런 진아의 밝은 성격이 새 생명을 받은 분들에게도 좋은 기운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자경 기자 j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