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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獄이란] 죄인을 가두는 곳?… 교화가 먼저입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1.11일 02:29

30여년 동안 전통 옥(獄) 연구에 매진한 대구지방교정청 임재표 청장이 지난해 5월 ‘영남 지역 전통 옥터 조사 및 답사기록’을 발간했다. 한국 전통 옥의 의미와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책과 임 청장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옥인 원형옥(圓形獄)과 형벌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한국 전통 옥은 원형옥=원형옥은 둥근 모양으로 담장을 쳐 그 안에 옥사를 설치한 전통 옥이다. 원형옥은 고대국가인 북부여(기원전 200년쯤)에서 사용됐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이후 2000년 이상 우리나라 행형 시설의 모델로 존속했다. 놀라운 것은 지난 2000년간 왕조가 수차례 바뀌고 다양한 사상이 각 시대를 지배하는 가운데서도 원형옥의 형태만은 그대로 보존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우리나라 전국 읍성과 관아가 철거되는 과정에서 고유의 원형옥도 훼손돼 지금은 원형(原形)을 찾아볼 수 없다.

서양의 옥은 성의 지하 등에 있는 종속 시설인 데 반해 원형옥은 읍성 내 독립된 시설로 존재했다. 원형옥의 담은 흙과 돌을 이용해 높이 3m, 두께 1m로 만들었다. 안에 정원을 만드는 등 내부 환경에도 신경을 썼다. 원형 담 안에는 그 지역 인구에 따라 옥사를 1동 이상 설치했다. 옥사의 창살은 나무로 돼 있었고 옥담에는 내부로 물을 빼내는 배수로도 설치돼 있었다.

임 청장은 “북부여 시대 이전에도 원형옥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 3000∼3500년 전부터 옥이 있었고 그 형태는 원형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죄인을 교화한다=우리 선조들이 원형의 옥을 축조한 것은 원이 우주(하늘)를 의미한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형의 옥을 만들고 그 안에 죄인을 수용하면 죄인들이 스스로 교화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죄인을 단지 가두는 것이 아닌 교화를 통해 다시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는 조선시대를 비롯한 우리 선조들의 애민(愛民)·휼형(恤刑·집안 사정을 고려해 죄인의 형을 감하거나 면해 주는 일) 사상과 연관돼 있다. 단순히 죄인을 사회와 격리시키고 형벌만을 가하는 것이 아닌 교화와 재사회화에 중점을 둔 것이다.

조선시대는 형벌을 집행할 때 한 번에 30대 이상을 때리지 않고 3일간 계속해서 곤장을 치지 않도록 했다. 또 주리를 틀 때 죄인의 몸을 눕히거나 젖히지 않도록 했다.

옥중에 병이 나거나 부모상을 당하면 가석방해주는 보방제도(保放制度)가 있었고 사형수에 대해 세 번 심리하는 사수삼복제(死囚三覆制), 재판심리와 판결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각기 소속이 다른 관원 3명이 참여하는 삼원신수제(三員訊囚制) 등이 있었다.

이같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형벌제도의 취지가 원형옥에도 나타난다. 조선시대 세종 8년(1426) 옥의 표준설계도인 안옥도에는 옥을 지을 때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반을 한자(30㎝) 이상 높여 짓도록 했다. 또 옥사를 남향으로 짓고, 옥담 위의 처마를 길게 빼 그늘을 드리워 여름에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남녀는 물론 중죄인과 경죄인을 분리해 수용토록 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옥을 만들어 죄인이 병들거나 죽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려 한 것이다.

임 청장은 “중국은 죄인에게 굉장히 무자비한 형벌을 내렸고 일본 역시 가학적인 형벌을 가했지만 우리나라만은 유일하게 순화된 형벌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감옥이 아니라 옥’ 사라진 원형옥의 정신 되살려야=애민·휼형사상에 바탕을 둔 원형옥은 일제에 의해 해체돼 모두 사라지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또 광복 이후 서구의 형벌제도를 검증 없이 수용하면서 수천년간 쌓아온 선조들의 원형옥 정신도 사라졌다.

옥이라는 명칭도 감옥으로 변질됐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는 감옥이란 용어가 없었고 옥이라는 용어만 있었다. 하지만 갑오경장(1894) 때 관제를 개혁하면서 기존의 전옥서(典獄署)를 감옥서라 개칭했고 이후 일제가 통감부를 설치하면서 1907년 감옥서를 감옥이라고 개칭했다. 이후 감옥 명칭을 형무소로 고칠 때까지 29년간 사용했다.

임 청장은 “감옥이라는 단어는 옥을 감시하고 죄인을 관장하는 일을 의미하는 일제 잔재로 볼 수 있다”며 “감옥이라는 말 대신 옥이나 교도소를 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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