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시베리아호랑이 로스토프. | 서울시 제공
ㆍ서울대공원, 부정적 여론 감안… 한때 살처분 주장도
서울대공원에서 지난해 11월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3년생 시베리아호랑이 로스토프가 ‘영구 격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낸 호랑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다.
대공원은 오는 5월 백두산 호랑이숲 리모델링을 마치고 로스토프가 새 우리로 옮겨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로스토프는 지난해 4월 호랑이사 공사 때문에 암컷 펜자(3)와 함께 현재의 75㎡ 크기 우리로 옮겨왔다.
로스토프는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내부 방사장에 홀로 격리되어 있다. 외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청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 겨울이라 배설물이 얼어 큰 문제는 없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로스토프는 방사장 안에서 대부분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트너인 펜자와는 사고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펜자는 지난 6월 새끼를 낳은 뒤 로스토프와 떨어져 옆방에 새끼 3마리와 함께 있다. 로스토프는 펜자가 소리를 내면 울음소리를 내는 등 반응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원 측은 로스토프가 생활하는 사육장을 변경하면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호랑이숲 리모델링을 마칠 때까지 현재 장소에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방사장은 공사장 펜스와 비슷한 철제 가림막으로 가려져 내부를 볼 수 없는 상태다.
사고가 나자 로스토프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그동안 대공원은 로스토프 처리방안을 두고 고민해 왔다. 맹수가 사람을 공격하면 사건 현장에서 바로 사살할 수 있지만, 로스토프는 스스로 방사장으로 돌아간 덕에 목숨을 건졌다. 이달주 동물복지과장은 “우리를 옮기면 일반공개를 하지 않기로 방침은 정했지만, 어떻게 관리할지는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동물단체는 사람 눈을 피해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보호조치가 될 수 있지만, 분리 사육을 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영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행동반경이 넓은 호랑이가 좁은 공간에 있다보니 이러한 사고가 났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동물 특성에 맞는 사육장을 마련해준다면 다행이지만 현재처럼 좁은 공간에 계속 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