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유진 기자][[체육계 '안현수 후폭풍' ③] 전문가 "군기잡기, 운동에 필수 아니다"]
서울 A대학 생활체육학과 신입생 생활 규정/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서울 A대학의 생활체육학과 신입생들에게 배포된 생활 규정이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규정에는 △다나까 말투 사용'('요'자 사용 금지) △학교 안에서 이어폰 끼지 않기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속눈썹 연장 금지 △치마 착용 금지 등의 의무 사항이 나열돼 있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같은 학교의 선배가 후배에게 시키기엔 과도하게 권위적이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체육 관련 학과 선배들이 후배들을 상대로 한 이 같은 '군기잡기'는 비단 이 대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서울의 B대학 체육학과의 한 학생은 "신입생이 되면 다른 학교의 오리엔테이션(OT)격인 AT를 한다"며 "원래는 '운동훈련'(Athletic Training)의 약자이지만 체대생들 사이에서는 '동물훈련'(Animal Training)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흙 밭에서 구르고 발로 차이는데, 이런 혹독한 '군기잡기'가 너무 힘들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몸을 추스르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화가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 이 학생은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과 대표가 돼 군대놀이에 앞장서는 선배가 된다"며 "교수들은 '체대 전통'이라며 이를 묵인해주기 때문에 90%가 불만을 가진다 해도 이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체육학과 고학년들은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C대학의 체육학과 4학년인 한 학생은 "선배에게 반항하기라도 한다면 힘든 운동을 함께 체계적으로 해 나갈 수가 없다"며 "학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1년 한 시사프로그램에 방송된 경기 모 대학의 기합 동영상/ 사진=MBC 방송 캡처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군대 문화가 운동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팀 관계자는 "운동선수들은 그동안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며 군대식 상명하복질서를 필요악으로 여겨왔다"며 "권위적인 군기잡기가 없어도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고, 세상도 바뀐 만큼 없어져야 하는데 잘 안 없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창섭 충남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목숨을 앗아갈 만큼 비인간적이고 가학적인 행태가 많았지만 요즘은 비교적 찾아보기 힘들어진 만큼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선후배 간의 가혹행위 등에 대한 상담센터나 구제장치 등의 제도는 이미 완비돼 있다"며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들을 해결하려면 제도 개선보다는 학생들이 기존의 장치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의식적인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