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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뻔뻔한 삼성에게 필요한 건 '상식'

[기타] | 발행시간: 2012.03.19일 10:29
그때그때 달라지는 삼성의 원칙

지난 1월, 경제부 발령을 받고 출입처 담당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사옥을 찾았습니다. 기자실 출입을 위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했거든요. 홍보실 직원과 약속한 시간에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직원을 만나 함께 사무실로 향하는데 로비에서 경비 직원이 막아서더군요. 이유는 사전 약속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분명 미리 전화로 홍보실 직원과 약속을 했고, 로비에 도착해서 안내데스크에 제 신분증도 맡겼고, 연락을 받고 내려온 직원과 동행하고 있던 중이었으니까요. 동행하던 직원도 어리둥절해 했지만 보안직원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확인 전화를 걸고, 이것저것 복잡한 절차를 거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까지 무려 1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황당한 일은 이 뿐이 아니었습니다. 1시간 쯤 걸려 간신히 정문 출입문은 통과했는데, 이번에는 소지품 검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가방 속 물건을 모두 꺼내보여야 했습니다. 그러더니 제 노트북과 저장기기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비닐봉투에 노트북을 밀봉해 돌려주더군요. 기자 노트북을 밀봉하다니. 기자생활 8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외부인들은 모두 이렇게 한다고 말이지요. 연구소도 아니고 일반 사무실에 인사하러 들어가는데 기밀 유출이라니.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문득,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이어진 검찰 수사, 왕 회장님의 수차례 법정 출석이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회사가 정한 방침이라니 존중하자 생각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써볼까도 생각했지만, 까다로운 검색에 피해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제가 좀 불편한 것 뿐이라면 명분이 없다 생각해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전 약속]과 [노트북 밀봉]을 이유로 1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잊혀지질 않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조사 방해를 이유로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지난해 3월 24일, 휴대전화 유통과 관련해 가격을 부풀린 혐의를 잡고 수원사업장에 들이닥친 공정위 직원들을 보안직원들이 가로막고, 조직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보안담당 직원 11명은 신분을 밝힌 공정위 직원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사전 약속]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죠. 50분이 지나 간신히 공정위 직원들이 사무실에 들어가긴 했지만, 핵심 자료가 들어 있던 컴퓨터 3대를 모두 바꿔치기 했고, 팀장은 출장 중이라며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사건 이후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보안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사전 연락이 없으면 정문에서부터 진입을 막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요 파일에 대해서는 대외비로 지정하고 영구 삭제한다거나, 자료를 서버로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제 노트북 밀봉 사건도 이렇게 강화된 조치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던 거죠.

사실 삼성의 조사방해는 이번 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사방해를 이유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태료 15건 중 5건이 삼성계열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폭언, 폭행, 현장진입 지연·저지 등 조사방해에 형벌(3년 이하 징역, 2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사전 약속을 이유로 출입을 저지 당했을 때, 노트북을 밀봉해야 한다고 요구했을 때, 만약 제가 직원의 요구를 문제삼아 언성을 높이거나 몸싸움을 벌였다면 아마 저는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했겠지요. 그리고 진상 짓을 하는 상식없는 기자로 소문이 났을 겁니다. 그런데 삼성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물론 법이 바뀌기 전이어서 그렇긴 했지만, 아무도 형사 처벌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과징금이 역대 최고액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에게 4억 원이 큰 타격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번 일로 관련자들이 문책을 당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삼성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책임을 크게 물을 지도 모르겠네요. 내용을 지켜볼 일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결국 윗사람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셈입니다. 얼마 전 담합을 범죄로 취급하겠다고 호통을 쳤던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은 저 뿐인가요?

삼성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갈 것 같은 날이면 하루에 몇 번씩 전화를 걸어 옵니다. 그리고는 온갖 인맥을 동원해 '기사가 어떤 내용으로, 얼마나 길게, 몇 번째에 배치되는지'를 방송 전에 기필코 알아내고야 맙니다. 그러면서 꼭 융통성과 인연을 강조하지요. 하지만 본인들이 정한 룰에는 절대 융통성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원칙과 상식을 이야기 하지요. 불리한 기사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나 공정위의 적법한 조사를 막아내는 꼼수와, 정당한 업무를 위해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을 막고 기자의 노트북을 밀봉해대는 삼성의 태도 중 과연 어떤 것이 상식이고 원칙이라 생각하십니까? 글로벌 일등 기업을 외치는 삼성이 제발 좀 상식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들만의 상식 말고, 모두에게 통용되는 진짜 상식을 말이지요.

SBS 김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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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기자 앞으로 삼성취재 다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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