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외국에 장시간 있다가 지금은 산동성에서 기업을 하고있는 한 대만기업인을 일전에 만나뵌적이 있는데 그는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꺼냈다. "중국의 광장춤은 아마 세계 유일인것 같습니다."
듣고보니 그럴듯한 말이였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할빈시만 보더라도 시민들이 도심광장이나 송화강변의 공원광장에서 춤을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었다. 한때 인기를 누렸던 '송장춤'이 그 반증이기도 하다.
새농촌건설을 하면서 우리 농촌에서 일어난 변화 중에 손꼽을것이 있다면 아마 촌민광장이 들것이다. 촌민광장, 문화광장, 습지광장, 레저광장...아무튼 대소 규모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농민들의 삶의 쉼터, 오락터,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며 새농촌건설에 이채를 더해주고있다.
설련휴를 맞으며 조선족 농촌 몇 곳을 돌아보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그런 광장마다 썰렁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정부 각 부처의 지원을 받아 조성해 놓은 보건기자재들도 눈덮인 광장 변두리에서 고즈넉히 찬바람을 이겨내고있었다. 여름에 갔을적과는 완연 딴세상이라 지어 서글픈 감마저 들었다.
한때 조선족농촌에 촌마다 구락부가 있었던 기억을 아마 50대 직후의 사람이라면 다 떠올려 볼것이다. 정치적인 대중동원장소로 많이 쓰였던 구락부는 그 당시로는 꽤나 흥성거렸다. 촌의 구락부에서 문예공연을 보던 일이 지금도 선하다.
그러던 구락부들이 호도거리후 용도를 달리하며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다. 그 공백기가 꽤나 길었던것 같다. 그러다 새천년에 들어서며 새농촌건설이 시작되면서 능가선무의 민족이라서 그런지 우선 '놀음' 장소, '모임'장소에 먼저 돈을 쏟아부었다.
워낙 우리 촌민들이 사랑방 마실을 좋아하니 이건 나무랄바는 못된다. 동네 사람들이 석후나 농한기에 광장에 모여 한담을 나누며 농사담을 교류하는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북방의 경우에는 광장을 앞에 두고 마을회관 같은것이 수선되여야 겨울에도 '쉬는'일이 없을것이다.
지금 일부 농촌에서는 울안문화, 정원문화를 지향하고있는데 일리가 있다 자체로 울안을 조성하여 약간의 민속을 곁들이면서 관광업을 꿈꾸는 촌들은 결국 북방의 계절성을 참작하여 고안해낸 '촌민광장' 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 도심광장과 극장이 있듯이 시골에도 촌민광장과 마을회관이 있다면 진정 농민들이 즐거운 문화오락을 계절적으로가 아니라 장구히 즐겨볼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스쳐든다. 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