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윤성열 기자]
소유X정기고(왼쪽위부터 시계방향), 겨울왕국, 브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2014년 1분기 가요계를 짚어보면 핵심은 단연 '복병'의 등장이다. 전통적 주류인 아이돌 기세는 여전했지만 비교적 주목을 덜 받은 음악들의 선전이 더욱 눈부신 3개월이었다.
개성을 극대화한 프로젝트 음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등 다양한 방식의 음악들이 골고루 사랑을 받았다. 음원성적과 화제성만 봤을 때 뜻밖의 존재감을 빛낸 노래는 크게 세 곡이다.
◆'겨울왕국'의 힘-이디나 멘젤의 '렛 잇 고(Let It Go)'
'렛 잇 고'의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난 12월2일 발매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렛 잇 고'가 서서히 국내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말. 급기야 순위가 역주행을 하더니 마침내 음원차트 정상에 등극했다. 영화흥행에 정점을 찍었던 설 연휴 이후 한 달 가까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마룬파이브 등 인기 팝스타도 쉽게 진입하지 못했던 국내 음원차트 상위권에 팝송 음원으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전국적인 열풍을 타고 집집마다 아이들도 '렛 잇 고'를 외쳤고, 손승연 이해리 박현빈 디아 박현빈 은가은 등 국내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은 저마다 개성을 살린 커버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렛 잇 고'를 모르면 트렌드에 뒤쳐진다는 얘길 들을 정도. 이 노래는 멜론 2월 월간차트 1위에 올랐다.
◆'환상 케미' 음원강자-소유X정기고의 '썸(Some)'
지난 2월7일 등장한 소유와 정기고의 '썸' 열풍은 대단했다. '썸'은 정기고의 소울 감성과 소유의 청아한 음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미디엄 템포의 듀엣 곡으로, 소비패턴이 빠른 현 대중음악시장에서 무려 1달 넘게 음원차트 정상을 지켰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썸'이라는 단어를 유행어처럼 확산시켰다.
소녀시대와 2NE1 등 실력과 인지도를 고루 갖춘 인기 가수들이 연이어 컴백하면서 잠시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두 남녀의 케미는 굳건했다. '썸'은 가요프로그램 정상은 물론 미국 빌보드 K팝 차트에서 6주 연속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최장 1위를 보유한 이승기의 '되돌리다'와 타이 기록이다.
이미 음원성적 면에서 1분기 최고 히트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론 3월 월간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무명 신인가수의 반란-브로 '그런 남자'
무명에 가까운 신인 가수가 데뷔곡으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1일 발매된 브로(본명 박영훈)의 첫 디지털 싱글 '그런 남자'는 공개 나흘 만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철옹성 같던 '썸'의 벽을 허물고 이뤄낸 쾌거였다. '그런 남자'는 남성의 조건만을 따지는 일부 여성을 비판하는 가사가 담겨있다. 일회성 이슈에 그칠 줄 알았던 이 노래는 많은 음악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각종차트를 휩쓸었다.
이는 이선희 이승환 임창정 조성모 등 베테랑 가수들의 컴백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무명 신인가수가 이정도의 파급력을 갖는 건 드문 일이다.
하지만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게시판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회원인 점과 가사 내용이 특정 여성을 조롱하는 뉘앙스가 풍겨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노이즈 마케팅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신인 걸 그룹 벨로체가 '그런 남자'에 대응하는 가사를 담은 커버 곡 '그런 여자'를 발표해 관심에 불을 지폈다. 공개 열흘째인 31일 멜론 실시간차트에서 박효신, 소유X정기고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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